함께하지 못한 동료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우승컵을 들어올려 꼭 부상 악재를 털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함께 뛰지 못한 동료들이 미안해하지 않도록, 공백을 느낄 수 없도록 이를 악물고 뛰었던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부상으로 아시안컵 무대를 조기에 마감한 이청용(27, 볼튼)과 구자철(26, 마인츠)을 위해 부상 악재를 넘고 싶었던, 태극전사들의 눈물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 호주와 경기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 무대에 진출한 한국은 이날 패배로 1960년 우승 이후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이 좌절됐다.
55년 만의 우승을 꿈꾸며 출항했지만 이번 대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대회 초반 조별리그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오만과 쿠웨이트를 상대로 한 골씩 밖에 뽑아내지 못하며 경기력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이청용이 부상으로 물러났다. 조별리그 최종전서 호주를 상대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구자철마저 잃었다.

이청용과 구자철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구성하는 주축 멤버들이다. 유럽 무대에서 뛴 경험은 물론,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황금세대'를 이끈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영광도 그들의 발끝에서 피어났다.
오만전과 호주전에서 각각 부상을 당해 귀국한 두 친구, 그리고 후배이자 선배를 위해 태극전사들은 더욱 힘을 냈다.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혼을 발휘하며 그라운드를 누볐고 '늪축구'라는 별명 속에서도 실점 없이 끈질기게 결승까지 올라왔다. 중요한 고비마다 함께할 수 없었던 친구들이 자책하지 않도록 꼭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승에 진출한 것도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인데다, 우승은 무려 55년 만이다. 누구보다 선수들 자신이 아시아의 맹주라 자처하면서도 정작 아시안컵 우승이 없었던 한국 축구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서 많은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던 이청용과 구자철은 말할 것도 없다.
뜻밖의 부상 악재로 인해 조별리그 단계에서 물러나야했던 이청용과 구자철의 아쉬움이 말할 수 없이 큰 이유다. 동료들이, 주축 선수를 잃은 부상 악재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을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이 기꺼이 박수를 보낸 이유기도 하다. 비록 경기는 1-2 석패로 끝났고, 우승을 위해서는 다시 4년을 기다려야하지만 태극전사들의 마음은 여전히 하나로 뭉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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