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가 두 남자배우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수리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평온한 병원생활을 이어가던 모범환자 수명(여진구 분)이 시한폭탄 같은 동갑내기 친구 승민(이민기 분)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지난 달 28일 개봉 후 전국 20만 관객을 넘어섰다. 현 극장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한국영화의 상승세를 이끄는 중이다.

달달한 멜로도, 뜨거운 눈물의 휴먼드라마도, 격한 웃음의 코미디도 아니다. 하지만 이 장르들이 주지 못하는 조용한 여운의 파동이 상당하다. 개념적일 수 있는 '어떻게 살 것이냐'는 문제가 살갗으로 다가온다. 특히 꿈을 잊고 사는 청춘에게 고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다시금 '누구의 아들도 딸도 친구도 아닌,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과정에서 배우 이민기와 여진구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묘하게 메이저와 마이너 감성을 오가는 재능(?)을 지닌 이민기는 이 영화를 통해 보다 묵직한 배우 냄새를 풍기고 이미 차세대 유망주를 넘어 충무로를 이끄는 젊은 배우군에 합류한 여진구는 단순히 '훈남'으로 가볍게 대중이 소비할 스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30대 초반이 된 이민기와 10대의 막바지에 이른 여진구의 케미스트리는 상상 이상이다.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쑥스러움 많은 이수명(여진구)에게 호기롭게 "데이트 한 번 할까?", "오빠 왔다" 등의 대사를 내뱉는 반항남 류승민(이민기)은 일면 멜로드라마의 남녀주인공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서로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리며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 두 남자는 동료, 친구, 가족을 넘어 멘티·멘토의 관계로까지 나아간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삶에 순종적이게 된 수명과 질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 같지만 팔딱이는 생명력으로 가득찬 승민은 너무 다르지만, 그 다른만큼 매력적인 병원 내 로드무비를 펼쳐낸다. 정신을 탐험하는 역동적인 이야기에 울타리가 있는 정신병원이란, 공간의 한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행처럼 표현되는 '브로맨스'란 말로 이 둘의 관계를 담기에는 부족하다.
함께 출연한 배우 유오성은 "90년대 '비트'가 있었다면 2015년 '내 심장을 쏴라'가 있다"란 말로 이 영화의 성격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민기와 여진구의 팬이라면 나중에 두고두고 '팬질'을 할 보석같은 작품이 탄생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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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