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다면 더 많은 칭찬을 들었을텐데."
손흥민(레버쿠젠)의 말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었다.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고, 실제로 우승 문턱까지 갔던 대표팀의 아쉬움은 눈물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진했다. 우승하고 더 많은 칭찬을 듣고 싶었다는 말 속에 배어나는 손흥민의 아쉬움은 유독 더 진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31일 막을 내린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27년 만의 결승 진출에 이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한 슈틸리케호는 이날 인천공항 밀레니엄 광장에서 귀국 환영식 행사를 갖고 해산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소집된 23명의 선수 가운데 부상으로 먼저 돌아온 이청용(볼튼)과 구자철(마인츠). 중동 리거인 남태희(레퀴야), 이명주(알 아인)는 조만간 정규리그가 재개됨에 따라 시드니에서 곧장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정성룡(수원 삼성)과 한교원(전북 현대) 역시 소속팀의 전지훈련지로 이동해 이날 환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의 우승을 노렸지만 결승전에서 개최국 호주를 넘지 못했다. 후반 종료 직전 터진 동점골로 120분 연장 혈투를 펼쳤지만 끝내 승리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했다. 극적인 동점골로 아시안컵 통산 100호골을 달성하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던 손흥민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눈물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환영식 후 취재진과 만나 아직 가시지 않은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손흥민의 눈물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우승할 좋은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다. 은퇴하는 (차)두리 형에게 마지막 경기서 선물을 주지 못해 슬펐고,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한 (구)자철이 형, (이)청용 형도 아쉬웠다"는 것.
아쉬움은 100호골의 기쁨도 날려버렸다. 손흥민은 "개인적으로 좋은 타이틀이지만 진 것이 아쉬워 골 넣은 것은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놓은 후 "아시안컵 100호 골의 주인공이 됐으니 앞으로 대표팀에서 더 많은 골을 넣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회는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브라질월드컵 이후 돌아섰던 팬심은 끈끈한 투지를 보여준 선수들의 노력 속에 따뜻한 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손흥민은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이 곧 시작한다. 선수들도 이제 아시아에서 쉽게 이길 팀이 없다는 점을 잘 느끼고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매 경기 죽기 살기로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각심을 드러냈다.
"아시안컵 준우승이 다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 손흥민은 "준우승한 것이 너무 아쉽다. 대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승하기 위해 호주에 간 것이다. 잘했다고들 해주시고 경기장에서 선수들도 잘해줬지만, 우승했다면 더 많은 칭찬을 들었을 것"이라고 뼈아픈 반성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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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