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예능 포기한 '일밤', 도돌이표 안되려면[Oh!쎈 초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2.02 07: 43

육아예능을 탈피한 '일밤'이 결국 또 다시 육아예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동물에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애니멀즈'는 여러 동물들과 스타들이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곰 세 마리', '유치원에 간 강아지', 'OK목장' 등 3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다. 아이의 동물의 이중 공략. 하지만 육아예능적 재미에 기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1일 방송된 'OK 목장'에서는 윤도현, 조재윤, 은혁(슈퍼주니어), 김준현이 침 대왕 라마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등장했고, '곰 세 마리'에서는 박준형, 유리(소녀시대), 장동민, 곽동연과 세 쌍둥이 판다와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서는 강남(M.I.B), 돈 스파이크, 서장훈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을 선보였다.

'OK 목장'에서는 야생 동물 조련에 힘을 기울인다. 이날 방송에서는 윤도현이 화장실에 갈 때마다 동물들이 그를 따라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동물들을 산책시킨 뒤 다시 복귀시킬 때 어려움을 겪지만, 윤도현은 예외였다. 힘 센 염소의 경우에도 윤도현이 엉덩이를 몇 번 친 뒤 "갑시다"라고 말하니, 염소가 단숨에 말을 들었다. 또 한 밤 중 강렬한 록 스피릿을 뽐내 동물들을 깜짝 놀라게도 만들었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주력하는 모습.
'곰 세마리'는 사랑의 힘을 강조한다. 더불어 큰 관전 포인트는 판다들의 아기 같은 귀염성이다. 성격은 공격적이고 사나울지 몰라도 외모적으로 드러나는 복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쭈니형 껌딱지'가 된 쿠쿠를 두고 박준형은 "쿠쿠가 나한테 뛰어왔다.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이 그 한 순간에 그냥.."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웅다웅, 끄응끄응하는 판다에 눈높이 대화를 시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동물을 넘어 육아에 가깝다.
그래도 가장 예능적 재미를 주는 코너는 아무래도 아이와 동물이 둘 다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 '유치원에 간 사나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서장훈이나 돈 스파이크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해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는 장면 같은 깜짝 반전 매력도 등장한다.
더욱이 이 코너는 귀여운 아이들의 등장으로 '캐릭터의 탄생'이 가능하다. 가장 잠재력이 있는 코너이지만 양날의 칼이다. 결국은 포맷을 바꿔도 육아예능의 접목이 아니냐는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의 품에 내내 쏙 안겨있는 채윤, 강아지가 낯설고 무섭다고 울지만 누구보다 "네~"를 잘 하는 '예스맨' 윤석이, 강아지 만두를 안두라고 계속 발음하는 온유에게서 귀여움이 터졌다. 일과를 마치고 엄마를 만나니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도 배시시 "개 이뻐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애니멀즈'란 타이틀을 내건 만큼 프로그램이 정체성을 다잡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닌 '동물'에 더욱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동물의 이해도를 기반으로 해 'OK목장'과 '곰 세마리'를 보다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동물농장'과는 차별화된 예능적 재미도 필요하다. 동물과 아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요소이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그렇기 때문에 뻔하지 않게 가는 것이 어려운 소재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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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애니멀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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