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지만 ‘우동수(타이론 우즈-김동주-심정수) 트리오’로 대표되는 거포군단을 보유한 적이 있었다. 잠실이 홈인 구단에서 배출된 유일한 토종 홈런왕인 김상호(1995)도 당시 OB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에도 거포들의 힘이 있었다. 심정수는 떠났지만 대신 온 심재학이 타율 3할4푼4리에 24홈런 88타점으로 위용을 뽐냈다. 우즈와 김동주는 둘 모두 홈런 부문에서 데뷔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을 냈음에도 52홈런을 합작했다.
지금과는 크게 달라진 스타일이다. 잠실구장의 특성에 맞게 2000년대 중, 후반부터 체질 개선에 들어간 두산은 한 방으로 흐름을 가져오는 경기보다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를 흔드는 야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지금은 선발진이 강화되어 중반까지 마운드의 힘으로 누르는 야구도 가능해졌다. 지난 시즌 5월까지는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곳 없는 타선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타는 언제든 필요하다. 장타가 최우선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터지는 한 방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힘이다. 김태형 감독 역시 “장타는 한 방만 나와도 경기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어 꼭 필요하다”며 부임했을 때부터 장타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잭 루츠 외에는 타선 변화가 크지 않아 장타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많지는 않다. 외부 수혈이 적은 현 상황에서는 루츠가 전임자인 호르헤 칸투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동시에 기존 타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루츠가 칸투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144경기 중 120경기 이상 나서야 한다. 칸투는 128경기 중 111경기에 출전해 18홈런을 날렸다. 후반기에 장타를 잃었지만, 전반기에는 듬직한 4번이었다.
다른 방법은 기존 선수들의 파워를 늘리는 것이다. 우선 장타력이 뛰어난 김재환이 주전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장타력 증대라는 측면에선 호재다. 김재환은 프로 통산 199타수 동안 6홈런을 기록했다. 표본이 크지는 않지만 33.17타수 당 1홈런을 누적한 것이다.
이는 외국인 1루수를 영입했을 경우 주전이 될 확률이 높았던 최주환(통산 65.13타수 당 1홈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주전 변화가 타선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비교하자면 비교대상은 상무에 입대한 이원석(통산 52.63타수 당 1홈런)이 될 수도 있는데, 이원석과 견줘도 김재환의 장타력은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루츠가 칸투와 비슷한 수준의 장타력을 보이고 기존 주전 선수들의 성적도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두산의 평균 장타력은 올라간다. 통산 기록으로 보면 외인+토종 코너 내야수 조합(루츠+김재환)의 장타력이 지난해(칸투+이원석)보다 신장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순간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쓸 계획이다. 장타 강화를 위해 새로운 것을 주문하겠냐는 물음에 대해 김 감독은 “시즌 성적으로 주문할 수는 없다. 다만 타석에 들어가는 타자에게 ‘이번에는 크게 쳐라’라고 말해서 장타를 노리게 하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치로 나타나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시점에 한 방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시즌 성적 부담은 줄인 채 순간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기존 주전들 외에 김 감독은 파워가 돋보이는 1루수 경쟁군에도 이러한 방법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해당되는 선수들은 김재환, 오재일, 오장훈, 유민상이다. 이들은 모두 애리조나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어 현지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저마다 꼭 출전 기회를 보장받아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들이 있어 이들의 경쟁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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