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미래 남경호(19)가 이제 다른 팀에 몸담게 된 친구 최원태(넥센 히어로즈)와 벌일 선의의 경쟁을 준비한다. 제구를 완성하기 위해 롤 모델은 팀 선배 유희관으로 정했다.
지난해 6월 두산의 1차지명을 받은 남경호는 현재 이천 베어스파크에 있다. 지명 당시 두산의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은 “다른 선수들은 기복이 심했던 반면 남경호는 꾸준히 발전했다. 미래의 선발감이라 생각했다. 이런 속도라면 2년 정도 뒤에 1군에서 쓸 수 있을 것이라 본다”는 말로 남경호를 뽑은 배경을 밝혔다. 이러한 평가를 입증하기 위해 지금은 퓨처스 팀의 대만 전지훈련에 대비하고 있다.
지명 이후 6개월이 넘게 흘렀지만 남경호는 “(프로에 온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경기에 안 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1군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해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묻자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 못 간다고 생각한다. 1군 선배님들은 체력이 강하고 기술적으로도 좋은 점이 많다. 나는 입단 전까지 웨이트를 많이 하지 않아서 힘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함께 마운드를 지키며 지난해 서울고의 황금사자기 첫 우승 주역이 됐던 친구 최원태(넥센 히어로즈)는 지금도 좋은 자극제다. 당시 대회 MVP는 남경호가 차지했지만, 서울지역 최대어라는 평가 속에 서울 연고 구단의 1차지명에서 가장 먼저 호명된 것은 최원태였다.
“원태와는 가끔 연락을 한다. 나보다 더 좋은 투수다. 원태 덕분에 동기부여가 됐다. 라이벌 의식보다는 고마운 마음이다. 같이 잘 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한 남경호는 팀 내 동기들 중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선수가 있냐는 물음에 “지금은 특별히 없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승부욕을 펼쳐보였다.
지난해 12월 방배초등학교 후배들에게 야구를 지도하는 일일 클리닉에 참가한 것도 새로운 동기부여의 장이었다. “아직 누굴 가르칠 입장은 아니지만 참여하게 되어 많이 기뻤고, 가르치는 것 자체가 나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됐다.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구단에도 감사한다”고 말하며 남경호는 후배들과의 뜻 깊은 자리를 갖게 된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롤 모델은 봉사활동을 하며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팀 선배 유희관이다. “제구력이 좋고,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면이 본받을 점인 것 같다”는 것이 남경호의 생각. 지금도 유희관과 닮은 점은 있다. 자신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남경호는 “투구 폼이 다른 선수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마운드에서 자신감도 있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남경호의 목표는 부상이 없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다치는 게 가장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근력을 키워서 부상을 예방하겠다. 고등학교 때는 공만 던지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지 못했다. 몸은 큰데 탄탄하지 않다고 해서 그때부터 열심히 하게 됐다.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말로 남경호는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는 조금씩 공을 던지고 있는 상태. 캐치볼만 하다가 불펜 피칭에 들어간 남경호는 하프 피칭까지 소화했다. “원래 하프 피칭은 포수를 세워두고 하지만 지금은 앉혀서 던지고 있다”는 것이 남경호의 설명. 아직 1군 풀타임은 이르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매일 열심히 해서 올해 1군에서도 좋은 경험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다부진 바람도 드러냈다.
남경호의 성장속도는 140km대 중반에 이르는 자신의 공보다 더 빠르다. 고교 2학년 때 23이닝 동안 볼넷을 19개 내줬지만 3학년이 되고 나서는 37이닝 7볼넷으로 제구도 잡혔다. 팀 성적이 안정되고 자신도 지금처럼 급속 성장한다면 9월에 한 번쯤 잠실을 경험해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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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