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형호군 유괴사건이 24년이 지난 현재 다시 시청자들의 울분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이영돈 PD는 범인을 만나고 싶다는 갈망을 상금까지 걸면서 표현했고, 시청자들이 역시 그에게 몰입하면서 이영돈 PD와 같은 심정이 됐다.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로 만들어졌던 목소리의 주인공 '도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이형호군 유괴사건은 1991년 서울 강남에 살던 당시 9살 이형호군을 유괴한 사건이다. 이형호군은 유괴 44일 만에 주검이 돼 나타났다. 하지만 범인은 80여통(녹음된 건 40여통)의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남겼지만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공소시효는 2006년에 끝났다.
1일 첫방송된 JTBC '이영돈 PD가 간다'는 우리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고민해보는 탐사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다뤘다. 이영돈 PD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나 주인공을 아는 사람에게는 3천만원을 주겠다"고 공표하며 방송을 시작했다.

이영돈 PD는 먼저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아직도 24년 전 사건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형호군의 아버지 이우실씨를 찾았다. 이우실씨는 "2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더라"고 말하며 "그 범인이 참 똑똑한 사람인 것 같다. 나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 같았다. 공소시효도 지났지만 지금 자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영돈 PD는 수사 당시 범인에 대해 추측했던 "20대~30대, 면식범, 고졸 이상 학력, 두 사람 이상의 공범"등의 자료를 공개했고, 현재 전문가들에게 다시 범인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전문가들은 "90년대만 해도 이렇게 매너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많이 배운 사람인 것 같다" "상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서비스직일 것 같다" "협상의 전문가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접선 장소로 공항을 선택했던 것에 대해 "공항에 대해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공항 직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돈 PD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있게 들려준 것 보면, 비면식범에 많이 배운 사람, 상식적인 사람, 정상적인 직업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휴일에 전화를 안 한 것을 보면 성실한 가장일 수 있다. 공손한 말투, 협상시에 휘둘리지 않는 점 등을 통해 서비스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말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다"고 종합평을 내놓았다.
이영돈 PD는 방송말미에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범인이 이형호 아버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공소시효가 누구를 위한 제도냐는 의문도 던지며, 어쩌면 이 사건을 잊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지 모르는 범인에 대해 언급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영돈 PD가 간다'는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살아진, 하지만 가족들에게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을 건드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다시 목소리를 분석하고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당시 수사에서 놓쳤던 사실들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SNS 시대임을 강조하며 이영돈 PD가 제보자을 애타게 기다리 듯. 이번 방송이 이형호군 사건의 새로운 국면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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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가 간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