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우를 받았고,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2015시즌 후 잭 그레인키(32)와 LA 다저스의 선택이 벌써부터 주목 받는 이유다.
그레인키는 2012년 12월 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 6년 1억4700만 달러 FA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우투수 최대규모 계약을 맺은 그레인키는 지난 2년 동안 클레이튼 커쇼·류현진과 함께 리그 최정상급 상위 선발진을 구축했다. 다저스는 유니폼을 입고 60경기 380이닝을 소화하며 32승 12패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다저스의 투자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레인키는 다저스와 맺은 계약서에 3년 후 옵트아웃 조항을 넣었다. 2015시즌 후 다시 FA가 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그레인키가 2015시즌에도 지난 2년과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레인키의 선택은 분명하다.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다시 시장에 나올 것이다. 이번 겨울 맥스 슈어저와 존 레스터가 각각 워싱턴과 7년 2억1000만 달러, 컵스와 6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레인키는 지난 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팬페스트에서 옵트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그레인키는 “옵트아웃과 대한 생각은 꾸준히 해왔다. 스프링 트레이닝까지는 이와 관련된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시즌에 들어가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당장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레인키는 “LA가 정말 좋다. 다저스보다 좋은 구단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너진과 프런트 오피스 모두 최고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다저스 외에 다른 선택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다저스를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레인키가 2015시즌에도 건재하고, 그레인키의 다저스에 대한 애정이 일 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레인키는 다저스와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C.C. 사바시아가 옵트아웃 후 양키스와 재계약을 맺은 것과 유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양키스에서 뛰던 로드리게스는 2007시즌을 앞두고 2000년 겨울 텍사스와 맺었던 10년 2억5200만 달러 계약의 옵트아웃 권한을 행사, FA가 됐다. 그리고 양키스와 10년 2억7500만 달러 계약의 사실상 종신계약을 체결했다. 사바시아는 2008년 겨울 양키스와 7년 1억6100만 달러에 계약, 당시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을 맺었다. 양키스 에이스로 활약한 사바시아는 2011시즌 후 옵트아웃 권한을 행사했고, 계약기간을 1년 더 붙였다.
최근 다저스는 양키스 이상의 재력을 자랑하고 있다. 때문에 돈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로드리게스와 사바시아 모두 옵트아웃 연장계약 후 하락세를 보였다. 로드리게스는 부상에 시달리다가 두 번째 금지약물 복용 스캔들의 중심인물로 지목됐다. 출장정지 처분을 받아 지난해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현재 선수생명 연장과 은퇴를 놓고 양키스 구단과 줄다리기를 반복 중이다. 사바시아는 2013시즌부터 추락했다. 7년 연속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찍다가 2013시즌 4.78을 기록했다. 2014시즌에는 부상으로 8경기 46이닝 소화에 그쳤다. 5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괴력을 다시 보여줄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화두는 계약기간이다. 그레인키가 레스터처럼 계약기간 6년 이상을 원하면, 다저스는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신임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레인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확률도 높다. 물론 그레인키가 다저스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만큼, 예상보다 적은 계약규모를 원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2년 겨울 텍사스가 다저스보다 많은 금액을 그레인키에게 제시했으나, 그레인키는 따듯한 기후의 캘리포니아를 선택한 바 있다.
그레인키가 활약할수록, 앞으로 1년 동안 다저스 구단, 그리고 그레인키의 선택에 대한 전망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2015시즌 후 데이비드 프라이스, 제프 사마자, 쟈니 쿠에토 등이 FA가 되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 그렇다. 양 측 모두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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