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수 제주 대표이사의 ‘하모니카 메시지’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5.02.02 09: 56

CEO가 선수들 앞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응원가를 직접 개사해서 부르고 선수들의 재무 상담도 자처한다. 축구단 대표이사의 행보로는 파격적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장석수 대표이사(55)는 지난달 31일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저녁 식사 후 선수들 앞에 섰다. 모처럼 바베큐로 거하게 저녁 회식을 마친 뒤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쯤하면 일장 연설과 적잖은 당부와 주문이 떨어질 상황.
그러나 장석수 대표이사는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면서 “남은 훈련 잘 마무리하라”는 덕담을 간단하게 전했다. 이어 쑥스러운 듯 한마디를 더했다. “선수 여러분이 고생하는데 이 지중해 밤바다를 보면서 음악으로 마음을 다잡았으면 좋겠다”면서 “잘 하지는 못하지만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있다”며 하모니카를 꺼내 연주를 시작했다.

파도소리와 함께 ‘밤하늘의 트럼펫’이라는 잔잔하고 울림이 있는 음악이 하모니카에서 흘러나왔다. 이어 존 웨인이 주연한 영화 ‘She wore a yellow ribbon’이라는 노래가 이어졌다. 미국 해병대 행진곡인 이 음악은 한결 흥이 났다. 장 대표이사는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선수들에게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다잡길 바랐다. 이어 해병대가 행진하는 것처럼 제주 선수들도 올 시즌 힘차게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연주로 표현했다. 전문 음악가는 아니지만 구단 경영자의 마음을 담은 연주에 선수들도 큰 박수로 화답했다.
장석수 대표이사는 2013년 12월에 취임한 이후 이제 두 시즌째를 치르는 초보 CEO지만 열정을 앞세워 선수단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즌 중간에는 구단이 진행하는 이벤트를 위해 직접 광고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접 가사를 붙인 응원가를 선수단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이어 깜짝 하모니카 연주까지 선보였다.
그는 평소에는 선수들의 재무상담사 역할도 해왔다. 어려서부터 운동만 해온 터러 돈관리에 서툰 선수들을 위해 어떻게 재테크하고 관리해야할 지를 강의했다. 그룹에서 오랜 기간 회계와 재무를 맡아온 맡아온 자신의 특기를 재능기부한 셈이다. 선수들과 하나가 되려는 CEO의 뜨거운 열정과 함께 제주의 2015년 희망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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