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고치 스프링캠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베테랑도 외국인선수도 원칙에서 어긋나면 예외없이 낙오된다. 김성근 감독의 충격요법. 이미 그 효과는 성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한화는 지난 2일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에게 한국행 귀국을 지시했다. 모건은 이날 한화의 서산 2군 전용훈련장에 합류했다. 고치 캠프의 훈련 일정을 소화할 몸 상태가 되지 않은 모건은 이정훈 2군 감독이 지휘하는 잔류군 서산 캠프에서 몸을 만든다.
큰 부상이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선수를 오키나와도 아닌 서산으로 보낸 것은 의외의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모건에게는 몸부터 제대로 만들어 페이스를 끌어올리라는 의미이고, 선수단 전체에도 다시 한 번 긴장감을 조이는 계기가 됐다.

이미 김 감독은 캠프 초반에도 이 같은 충격요법을 썼다. 캠프 3일째, FA 투수 배영수와 송은범이 근육통을 호소하자 오키나와 재활 캠프로 보내졌다. 또 다른 베테랑 투수 김광수는 아픈 곳도 없는데 훈련 자세를 이유로 서산에 갔다. "스프링캠프는 훈련하는 곳이지 재활하는 곳이 아니다", "나이 먹었다는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메시지였다.
사실 김 감독의 캠프 귀국 충격요법은 예부터 많이 써왔던 방법이다. SK 시절에도 2007년 부임 첫 스프링캠프에서 8명의 선수들을 캠프 도중 귀국 조치시켰다. 그 중에는 이대수·강혁·조중근·김경태 등이 있었다. 특히 전년도 주전 유격수였던 이대수를 돌려보내며 캠프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2009년 스프링캠프에서도 김 감독은 조웅천·송은범·정상호·박정환 등 주축 포함 8명의 선수들을 중도 귀국시켰다. 잔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몸이 되지 않자 미련을 두지 않고 과감하게 귀국을 명한 것이다. 그 중 송은범·정상호·박정환은 보름이 지나 2차 오키나와 캠프에 다시 부름을 받았다.
2010~2011년에는 각각 12명과 11명의 선수들이 1차에서 2차 캠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낙오됐다. 1차 캠프에서 대규모 인원을 구성하며 동등하게 기회를 주고, 실전경기 위주로 치러지는 2차 캠프에서 정예 멤버로 걸러내는 과정을 거쳤다. 2000년대 후반 SK가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자 배경이다.
김 감독은 이름값 있는 주축 선수라 할지라도 몸 상태가 안 좋거나 훈련을 소화하기에 벅차면 귀국 조치 요법을 썼다. 이를 통해 김 감독은 선수의 몸 상태를 보호하며 선수단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SK 시절 성적으로 이미 검증된 김 감독만의 방식. 한화에서도 여지없이 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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