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김현석 감독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 [인터뷰②]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2.03 07: 23

때론 미완의 사랑이 더 아름답다. 첫사랑의 추억이 대부분 찬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5일 개봉하는 영화 '쎄시봉'(제작 제이필름)도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했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쎄시봉'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960년대 후반 무교동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다. 실존인물인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주요 인물은 가상인물인 오근태와 민자영이다. 각각 모티브가 된 인물들이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우정, 꿈, 즉 청춘의 이야기가 '쎄시봉'의 주된 내용이다.
직접 쓰고 연출한 김현석 감독으로부터 '쎄시봉'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극중 오근태의 고향은 통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 당시에는 충무였다. 오근태가 지방에서 왔다는 설정이 우선 필요했고, 편집됐지만 이순신 에피소드가 있었다. 오근태를 보고자 충무를 찾은 민자영이 오근태와 함께 충렬사를 둘러보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오근태가 주저앉아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실은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 앞에서 둘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우는 거였다. 그런데 지난해 충무공 이순신이 주인공인 영화 '명량'이 잘되면서 겹치는 느낌에 하고 싶지 않아졌다. (웃음)"
=그밖에도 아쉽게 편집된 장면은 없나.
"40대의 분량은 편집된 장면이 거의 없다. 20대에선 이장희(진구)와 오근태의 에피소드가 있다. 이장희가 오근태를 상담해주는 내용이다. 민자영을 좋아하는 오근태는 라이벌인 윤형주, 송창식 등을 두고 자기 분석표를 만든다. 집안, 학벌, 실력 등으로 따져보니 윤형주가 압도적인 1등인데, 오근태는 총점을 내보니 애매하게 2등인 내용이다."
=오근태는 노래 실력부터 시작해 특출한 것이 없다. 관객의 몰입을 돕고자 평범한 인물로 설정한 건가. 
 "오근태가 너무 노래를 잘하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 다른 실존인물들이 워낙 개성이 강해서 평범한 친구가 있는 게 합이 맞더라."
=미니스커트 단속 때문에 오근태와 민자영이 옷을 바꿔 입는 장면이 있다. 정우 다리가 길고 곧아서 치마가 잘 어울리더라.
"미니스커트가 그렇게 잘 맞을 줄 몰랐다. (웃음) 정우의 허리가 얇더라. 정우가 스커트를 입은 상태에서 지퍼를 올려봤는데, 제대로 잠겼다. 시나리오 쓸 때는 골반에 대충 걸친다는 설정이었는데. 그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극중 미도파 백화점이 뒤로 물러나는 연출이 귀여웠다. 민자영과 명동 거리를 걷는 오근태가 오래도록 민자영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장면이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하는 상상들이지 않나.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장면이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극중에서 유일하게 풀 컴퓨터그래픽(CG)이 들어간 장면이다"
=진구가 맡은 이장희 캐릭터는 이야기의 흐름상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극중 리더이자 화자로 존재감을 보여준다. 
"실제 이장희 선생님이 멋있다. 역할을 맡은 진구가 잘해줬다. 원래 이장희 선생님이 보스 기질이 있다고 하시더라. 워낙 개성이 강해 한데 모아놓기 힘든 사람이 모였던 것도 이장희 선생님 덕분이라고 하더라. 진정한 보헤미안이지 않나. 진구도 촬영장에서 이장희 선생님의 역할을 해줬다. 골목대장이었다. 이 영화에서 인물 간의 '케미'도 중요한데 그게 화면에서 묻어난다. 정우와 진구가 동갑내기라 촬영장에서 친해졌는데, 영화 속 오근태와 이장희의 관계에서 그런 부분이 느껴지더라."
=대마초 사건은 예민한 부분이 될 수 있을 텐데,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작용한다.
"당시 대마초 사건은 굉장히 큰 사건이었다. 시나리오 쓸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1960~70년대 그분들이 활동했던 내용을 이야기로 만든 것은 어렵지 않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을까를 보여줘야 했다. 고민하다 보니까 대마초 사건이 떠올랐다. 초고 상태에서 선생님들에게 허락을 받았는데, 선생님들 스스로 토크쇼에서 스스럼없이 말하셨기 때문인지 감히 용기내 물어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인물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고." 
=결국 그 사건을 거쳐 40대의 오근태 민자영이 만나고, 또 다시 20년이 흘러 60대의 오근태와 민자영, 친구들이 재회한다.
"40대의 공항 신으로 화해를 한 거다. 60대에는 다시 20대로 돌아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커튼콜 같은 느낌이다. 60대의 인물들이 공연장에서 재회를 할 때는 40대의 재회신과 달리 미소 짓고 있다. 실은 60대의 인물들이 재회할 때 김희애 선배가 등장하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앞 장면에서 김희애 선배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사족 같은 느낌이라 편집했다."
=60대의 윤형주와 송창식은 등만 등장한다. 실제 두 사람을 섭외한 건 아니었나.
"실제 선생님들을 섭외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선배님들을 섭외해 놓고 등만 나오게 하기도 웃기고, 중장년의 이장희는 (장)현성 선배가 연기를 하니까 혼란을 주는 건 아닌가 했다. 아예 20대의 윤형주와 송창식을 맡은 강하늘과 조복래로 가볼까 생각도 했다. 결국 비슷한 체구의 단역 배우 분들이 하셨다."
=음악이 중요한 영화이다 보니, 신경 쓸 부분이 많았겠다.
"우선 배우들이 직접 불렀다. 특히 정우, 강하늘, 조복래는 트리오라 화음 연습을 많이 했다. 석 달 정도 각자 연습을 했다. 카메라 돌아가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사전 녹음을 다 했다. 세 사람이 처음 화음을 맞추는 장면 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촬영한 장면이 굉장히 잘 나왔다. 감독으로서 신비한 경험이었다. 셋 다 나이는 어리지만 역시 프로들이구나 싶었다."
='웨딩케이크'부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까지 많은 노래들이 등장한다. 
"영화음악저작권 사용료로 6억 원 가량을 썼다. 전체 제작비의 약 10% 정도에 해당된다. 선곡은 직접 했다. 번악곡이 많아 사실상 팝송에 대한 저작권료가 상당했다. 모티브가 된 '웨딩 케이크'나 트윈 폴리오의 데뷔곡 '하얀 손수건', 조영남의 데뷔곡 '딜라일라' 등은 꼭 필요한 곡이었다. 그 외 나머지 곡들은 제작비를 감안해 선택했다. 예를 들어 '백일몽'이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은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곡이었다. 아무래도 팝송이 국내 곡들에 비해 저작권료가 비싼 부분이 있지만, 쓰고 싶은 곡들은 원없이 사용했다. 지난해 4월 출연진들과 함께 쎄시봉 콘서트를 갔는데, 우리 영화에 나오는 곡들을 정말 다 부르시더라. 시나리오 단계에선 선곡이 끝났던 시점이었다. 제작자가 '제대로 선곡하긴 했다'고 말하더라."
=우리는 쎄시봉을 통해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기억한다. 2015년, 혹은 오늘날의 대중문화를 기억하게 할 무엇이 있다면. 
"쎄시봉처럼 특정 아이돌 그룹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아이돌 전체가 이를 아우를 수 있지만, K-POP이나 한류는 산업적인 느낌이다. 쎄시봉은 문화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유의미한 것 같다."
=지난 언론시사에서 쎄시봉의 이야기를 할뿐, 복고를 말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쎄시봉의 이야기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60년대 후반을 다뤄야 하는 거다. 복고 영화는 지난 10년 동안 너무 많았다. 창작자로서 재현하는 데 그치는 복고는 재미가 없더라.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분들의 삶이나 노래는 지금 보고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 '그때가 좋았지'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지난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남녀주인공들의 사랑이 매번 이뤄지지 않았다. 한번쯤은 연결해 줄 수도 있지 않나.
"항상 그랬다. '쎄시봉'의 시나리오를 쓸 때도 노래 '웨딩 케이크'의 기조로 썼다. 또 모든 첫 사랑은 이뤄지지 않지 않나. 사랑이 이뤄지지 않을 때 멜로 감성이나 창작적인 부분에서 강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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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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