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 윤석민(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4년 연속 한국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수 있을까. 박병호(29, 넥센)가 조심스러운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박병호의 거취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3년 연속 한국프로야구 홈런왕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자신의 시대를 연 박병호는 최근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대한 꿈을 드러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박병호가 MLB에 대한 욕심을 공식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 박병호는 올해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칠 경우 7년의 자격을 채워 해외진출에 도전할 수 있다. 소속팀의 동의가 필요한 신분이지만 넥센은 일찌감치 박병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중요한 관문 하나는 활짝 열렸다.
한국프로야구에서 MLB로 직행한 야수는 최근 피츠버그와 4년 보장 1100만 달러(5년차 옵션 포함 1650만 달러)에 계약한 전 팀 동료 강정호 뿐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박병호의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점치고 있다. 한 MLB 동부지구 팀의 스카우트는 “지난해 많은 스카우트들이 강정호를 지켜보면서 한국 타자들에 대한 자료를 많이 모았다. 강정호의 팀 동료인 박병호는 틀림없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이 스카우트는 “박병호의 MLB 성공 가능성은 각 팀마다 달리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필요한지도 팀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기에 1년 뒤의 일이다. 때문에 포스팅 열기가 얼마나 뜨거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라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MLB에서도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런 무대에서 홈런왕을 차지하며 검증을 받았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정호와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박병호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은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 스카우트는 “이미 완성된 선수다. 기술적으로 더 특별하게 들여다 볼 것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이런 선수들은 발전 가능성보다는 적응, 혹은 한국프로야구에서의 성적이 MLB에서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부분을 중요시하게 여기는데 올해는 그런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체크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병호의 운신폭은 강정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다고 볼 수 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본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에서도 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계산 하에 포스팅에 참여했다. 이에 비해 박병호는 1루나 지명타자 정도만 소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틈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스카우트는 “과거에는 화려한 장타력을 보유한 슈퍼스타들이 1루와 지명타자를 맡았지만 요즘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1루와 지명타자에 고민이 있는 팀들도 더러 있다. 박병호가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아주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관심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일본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병호의 포스팅 도전 의사 표명 이후 일본의 1~2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MLB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만약을 대비한 움직임”이라며 일본에서의 관심 또한 적지 않음을 설명했다. 일본 역시 거포 자원이 부족해 팀 중심타선을 이끌 수 있는 타자들을 외국에서 많이 데려오는 형편이다. 특히 우타 자원이 그런데 엄청난 힘이 증명된 박병호는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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