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그레인키(32)와 LA 다저스의 동거는 올해까지일까, 아니면 더 연장될까. 옵트아웃(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 권리 행사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그레인키의 거취를 두고 선수와 구단이 겉으로는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속내다.
캔자스시티 시절인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등 리그 정상급 투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레인키는 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년 다저스 팬페스트에 참가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그레인키는 옵트아웃 여부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스프링캠프 때 이야기할 것이며 그 때도 이야기할 것이 없다면 시즌 동안은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레인키는 2012년 말 6년 1억4700만 달러라는 대형계약을 맺고 다저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2년 동안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과 막강한 ‘스리펀치’를 이루며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다. 2013년에는 15승4패 평균자책점 2.63, 그리고 지난해는 202⅓이닝을 던지며 17승8패 평균자책점 2.71로 활약했다. 커쇼가 부상으로 한 달 이상을 날렸음을 고려하면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며 팀 선발진을 이끌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대형계약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투수 FA 시장에서는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명목상 7년 2억10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 또한 6년 1억55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렸다. 지금까지의 성적을 놓고 봤을 때 통산 123승(90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 중인 그레인키가 이들보다 못한 선수라고는 볼 수 없다. 부상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옵트아웃을 선언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신의 야구 경력에서 마지막 대박을 노려보는 것이다.
그레인키에 이에 대해 아직은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저스의 행보도 관심이다. 지역 최대 언론인 LA타임스는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시즌 중 그레인키의 연장계약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노선은 아직까지도 변한 것이 없다. 다저스의 이런 행보 때문에 그레인키도 연장계약 논의를 미루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먼저 연장계약을 입에 올리는 쪽이 협상에서 불리한 쪽에 설 수도 있는 까닭이다.
결국 그레인키의 거취는 다저스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저스는 지난해에도 연장계약을 희망했던 핵심타자 핸리 라미레스를 붙잡지 않았다. 5년 이상,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안겨주기에는 불안요소가 많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연봉 총액이 2억 달러가 넘어 유동성 확보가 곤란한 팀 사정도 한 몫을 거들었다. 또한 프리드먼 사장은 장기적으로 팀 연봉을 줄이길 원하고 있으며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그레인키의 몸집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저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선발진이며 그레인키가 그 중 핵심적인 선수라는 것은 다저스도 잘 알고 있다. 브랜든 맥카시, 브렛 앤더슨을 영입했으나 이들은 부상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레인키가 빠질 경우 선발진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체 자원을 FA 시장에서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연장계약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될 것은 확실하나 타 팀과의 경쟁이라는 ‘변수’ 하나를 제거할 수 있는 효과는 있다. 다저스, 프리드먼, 그리고 그레인키가 어떤 셈법 속에서 움직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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