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현대캐피탈, 라이벌을 서로 응원한 이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03 06: 02

1위와 5위로 순위가 붙어있지는 않지만,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V-리그 역사와 전통의 라이벌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도 3라운드까지는 삼성화재가 승리를 독식했지만, 천안에서 있었던 4라운드 대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설욕해 라이벌 구도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그런 양 팀이 마음속으로 서로의 선전을 비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말로 할 수는 없었지만 내심 신경을 썼을 것이다. 1위 삼성화재가 4위 경쟁에, 5위 현대캐피탈이 선두 싸움에 관여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다.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가 1일 한국전력을 이겨주기를 바랐고, 삼성화재는 2일에 현대캐피탈이 OK저축은행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기를 내심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선규가 출장 정지 처분을 받고 김명진까지 허리 부상으로 빠진 삼성화재는 고희진과 황동일을 선발 투입하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전광인이 공수에서 펄펄 난 한국전력에 2-3으로 패했다. 이선규는 1경기만 더 치르면 돌아온다 하더라도 김명진은 꽤나 오래 결장할 것으로 보이고, 설상가상으로 대체 라이트인 황동일마저 4세트에 근육 경련으로 교체됐다. 3일 구미에서 있을 LIG손해보험과의 경기도 험난하다.

갈 길이 급한 가운데 승점 1점 추가에 그친 삼성화재는 2위 OK저축은행을 크게 따돌리지 못했다. 승점 5점차(2일 OK저축은행 승리 후 2점차)로 여전히 추격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선두를 상대로 승점 2점을 얻어낸 한국전력은 승점 41점으로 현대캐피탈에 4점 앞서게 됐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모두 만족하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삼성화재는 3-1로 끝내고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던 것을 1점밖에 수확하지 못해 승점 2점을 잃은 기분이 됐다.
경기 수가 같아진 상황에 4위와 승점 4점차가 되자 현대캐피탈도 다급해졌다. 적지에서 강호 OK저축은행을 꼭 잡아야만 하는 분위기가 됐다. 현대캐피탈의 승리는 삼성화재도 바라는 일. OK저축은행이 승리한다면 선두와 2위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에 현대캐피탈이 2위의 발목을 붙들어주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OK저축은행도 승점 1점이 간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세진 감독도 2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를 앞두고 “어제 (삼성화재-한국전력) 경기 끝나고 (선두 경쟁에 관한 이야기를) 15번쯤 들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오늘도 이길지 질지 모른다”고 말했을 만큼 우승도 생각지 않고 매 경기 집중하겠다는 뜻만 내비쳤다.
그래서 느슨할 수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2세트를 따내며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괴력의 외국인 선수 시몬을 축으로 한 OK저축은행에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승점을 따내지 못했고, 한국전력보다 1경기를 더 치른 채 승점은 여전히 4점 뒤져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내심 서로의 승리를 바랐던 이틀은 양 팀 모두에게 별 소득을 남기지 않은 채 지나갔다. 반대로 고민은 그대로 남았다. 이선규가 곧 오지만 삼성화재는 라이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격이 더욱 레오에게만 집중된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레프트밖에 소화할 수 없어 케빈을 익숙한 센터 위치에서 뛰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문성민과 송준호가 각각 레프트-라이트에 정착해야만 가능하다.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과 더욱 가까이 붙었고,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양 팀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고 각자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7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OK저축은행이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