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은 웃겼고, 오연서는 귀여웠다. 코믹과 러블리로 싹 튼 '케미'는 탁월했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 5회를 요약하자면 '(장혁이) 웃기거나 (오연서가) 귀엽거나', 딱 그랬다.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난 로맨스는 그야말로 '덤'이었다.
이날 왕소(장혁 분)는 청해상단 창고의 물건들을 파손한 대가로 닷새간 개봉이(신율, 오연서 분) 밑에서 교육을 받게 됐다. 왕소 입장에서는 호족들의 비리를 파헤치고자 청해상단 명부를 입수하기 위한 나름의 잠입이었고, 신율 입장에서는 5년 전 인연을 맺었던 왕소의 딱한 처지를 돕기 위한 배려의 일부였다.

이렇게 성(性)과 신분을 모조리 속인 두 사람의 미묘한 한집살이는, 모든 조건을 배제하고도 자석처럼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케미'로 설렘을 자아냈다. 이보다 돋보였던 것은 단연 반복됐던 장혁의 코믹과 오연서의 큐트다.
장혁은 시종 웃겼다. 사극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왕소는 코믹스러운 상황을 거듭했다. 특유의 호탕한 발성의 웃음소리는 물론, 왕족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능청스러운 모습을 내비칠 때 과장된 표정과 말투는 보는 이를 절로 웃게 만들었다.
과거 장혁이 TJ시절에 불렀던 곡 '헤이걸' 랩 소절을 대사로 응용하기도 했다. 명부를 찾기 위해 청해상단 부단주 신율의 서재를 뒤지던 왕소는 "장부야 넌 지금 어디있는 거니"라고 말한 뒤 "스쳐가는 장부 네 모습이 너무 익숙한데 네가 보이질 않으니 네 눈에 어지러움이 맺히는구나"라고 읊조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뿐만 아니다. 자꾸만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개봉이를 의심하고 목간(욕실)까지 따라가 엿봤으나, 결국 건강한 남자의 전라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의심을 거둬들였다. 물론 이는 신율이 아닌 호위무사인 경(정우식 분)의 몸으로, 화면에서 주요부위는 모자이크 처리 됐다.
장혁이 반복해 웃겼다면, 오연서는 보는 이를 당장이라도 설레게 할 정도로 귀여움의 극치였다. 5년전 인연을 맺었던 왕소를 속이기 위해 이날 방송의 절반 이상을 남장한 개봉이로 등장했던 신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석구석에서 사랑스러운 애교가 가득 넘쳐났다.
상처가 난 강소에게 약을 건네주러 방으로 갔다가, 웃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식스팩을 노출한 채 약을 발라주길 요구하는 강소의 모습에 끝내 놀라 방을 빠져 나왔지만, 방으로 돌아온 신율은 자신의 붉어진 양볼을 손으로 감싸며 홀로 미소짓는다.
또한 강소와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는 여성스러운 하이톤으로 자지러진 웃음을 지어보이며 드러낸 눈웃음, 술에 취해 강소의 칭찬에 즉각 반응해 귀 뒤쪽으로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는 포즈 등은 남장도 오연서의 사랑스러움을 막을 수 없음을 증명했다.
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은연 중에 '시크릿 썸'을 즐기고 있는 강소와 신율이 코믹과 러블리를 조합한 '케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세차게 뒤흔든 한 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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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거나 미치거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