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은 지난해 8월 신인 2차지명을 마친 뒤 선발한 선수 중 즉시전력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야수 중에서는 사공엽, 투수 가운데선 채지선의 이름을 가장 먼저 꺼냈다.
외야수인 사공엽은 대학에서 4년을 더 갈고 닦았으므로 어느 정도 예상된 답변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정수빈이 군 입대를 결심하고 있었던 시기였던 만큼 외야의 한 자리가 빌 예정이었다. 반면 채지선의 이름이 나온 것은 다소 의외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투수를 시작하게 된지 얼마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다른 구단에서는 타자로 더 높은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본인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채지선은 “사실 다른 팀에 갈 것이라는 소문을 들어서 두산에 뽑힐지 몰랐다. 팀에 들어온 뒤에도 투수로 2~3년 동안 안 되면 타자를 하라는 농담도 들었다”고 할 정도로 투수로 두산에 지명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타자로서의 재능이 돋보이지만 두산은 투수 채지선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다.

최대 장점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빠른 공이다. 채지선은 “더 열심히 해서 제구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구속은 지난해 대통령배에서 149km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두산 스카우트팀은 지명 당시 채지선의 최고 구속이 147km라고 했지만, 스피드건의 측정 방법이나 위치에 따라 2km 정도 차이는 생길 수 있다. 140km대 후반을 넘어 곧 150km 이상까지 찍을 잠재력이 충분한 것은 사실이다.
또 하나의 무기는 빠른 체인지업이다. “고3때 투수를 시작했는데, 체인지업은 타고난 것 같다. 140km까지 나온다. 학교 포수들이 받기 힘들다는 말도 했다”는 채지선은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폼 차이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커브는 잘 맞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슬라이더 그립을 연구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비록 고교무대이긴 했지만 20경기에서 OPS 1.043을 찍고 삼진을 하나만 당했을 정도로 뛰어났던 타격 재능이 아쉬울 법도 하지만, 채지선은 던지는 일에 매력을 느끼고 싶다. 방망이를 놓은 것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투수는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제구가 좋지 않아 백네트에 던지는 일이 많았는데 백네트에 던지더라도 투수를 하고 싶었다. 앞으로 빠른 공만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치게 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벌써 구체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선발보다는 불펜에 적합하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원래 선발보다는 중간이나 마무리가 좋다. 주자가 1, 2루에 있을 때보다 3루나 2, 3루에 있을 때 더 잘 던지는 것 같다. 그때 더 집중하고 구속도 빨라진다. 막았을 때 기분도 더 좋다. 마무리가 되는 것이 소원이다”라는 게 채지선의 설명.
제구가 잡히기 시작하는 시기라 재미도 더 붙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새가슴이란 소리도 들었는데,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그렇게 보인 것 같다. 지금은 어느 정도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도 있어 마운드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고등학교 끝 무렵에 제구가 잡혔다”며 향상된 제구력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다.
스타기질도 있다. “마무리와 잘 맞는 것 같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첫 1군 마운드에 올라갈 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채지선은 “항상 1군에 올라가서 야간경기에서 던지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불빛과 만원관중, 중요한 상황 속에서 내 공을 던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한 번 1군에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다”며 과감한 승부를 즐기는 자신의 피칭 장면을 스케치하고 있다.
nick@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