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목표와 목적을 향해 달리던 남자가 있었다. 그는 고지가 얼마남지 않은 지점에서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았고, 그제야 자신의 가족, 자신이 달려가던 세상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이 살아가야할 세상을 위해 자신이 흐트려놓은 질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진심어린 고백, 그리고 행동. '펀치'는 그렇게 안방을 울렸다.
2일 방송된 SBS 월화극 '펀치'에서는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정환(김래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역시 태준(조재현)을 잡기 위해 덫을 놓았지만, 태준은 미꾸라지 같이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정환은 270억 돈세탁 비리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270억 실제 사용자는 이태준 검찰 총장이라고 밝혀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에 청와대에서는 정환이 바라는 대로 특검 실시가 내려졌고, 이태준은 궁지에 몰리는 듯 했다.

하지만 윤지숙(최명길) 법무장관은 병역 비리 장부가 정환에 의해 조작됐다며 그 사실을 증명한다. 이어 아들의 병역 비리로 장관직을 사임했던 윤지숙이 정환 사건을 맡을 특검으로 추천되기에 이른다. 태준과 손을 잡은 바 있는 지숙이 특검이 될 경우 정환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고 사건이 정리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하경(김아중)은 정환에게 특검을 거부하자고 하지만, 정환은 "나는 한번 밖에 못사는 인생이지만, 누구는 2번, 3번 사는 것 같다. 그들은 병역 비리 사건은 힘으로 덮고 더 큰 사건은 돈으로 덮는다. 딸 예린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한 걸음만 나가겠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정환이 자신의 딸 예린에게 진심을 털어놓은 모습. 두 사람은 오붓하게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예린의 부정입학으로 에린과 정환은 이미 언론에 많이 노출돼 있었다. 예린은 "고모가 그러는데, TV에 나오는 아빠 이야기 거짓이라고 하더라. 아빠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그러는 거라고.."라며 아빠를 위로한다. 이에 정환은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겪고 있는 딸이 안쓰러워 슬픈 표정을 짓는다.
이후 정환은 예린이에게 "아빠처럼 살지 말고, 엄마처럼 살아라"고 자신의 삐뚤어졌던 삶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한마디 속에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속죄가 담겨있었던 것. 이날 부녀는 서로 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된 인생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거기에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고, 남은 시간 누구보다 가치있게 살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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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