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의 데스노트에 다시 발동이 걸리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가 벌써 2번째 사상자를 낼 판국이다.
지난 2일 방송된 '압구정백야' 78회에서는 갑작스레 건달들과 시비가 붙어 결국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는 조나단(김민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죽음이라 차치하고서라도, 이 과정이 너무나도 임성한 답다. 황당무계했기 때문.
죽음은 예고됐다. 나단은 꿈 속에서 죽은 어머니의 혼령을 봤다. 꿈과 현실이 시청자들도 모르게 왔다갔다하는 '압구정백야'라 귀신을 보는 나단의 모습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꿈은 죽음의 전초전이었다.

사건은 78회 방송의 마지막 3분동안 모두 일어났다. 이날 방송에서 건달 두 사람은 큰 형님의 죽음을 목격해야했는데, 병원 응급실에서 이미 한차례 패악을 부린 후 "아그들 소집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의사를 협박했다. 그리곤 갑자기 "물 좀 빼고"라며 화장실로 향했다. 어떻게든 나단과 백야를 만나야하는 사람들처럼, 어색한 행동이 이어졌다.
당시 나단은 백야(박하나 분)와 행복한 결혼식을 마친 상황. 그리곤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는데, 그 곳에서 건달들고 마주치고 말았다. 건달이 나단을 때린 이유는 "재수 없네. 여기가 지 집 안방이냐"는 것. 신혼 부부의 행복한 표정이 보기 싫다는 이야기였다. 참으로 황당한 죽음의 이유였다.

결국 나단은 눈을 뜬 채 정신을 잃었다. 다음회 예고가 제공되지 않는 '압구정백야'이기에 그가 확실히 죽음을 맞았는지, 혹은 식물인간이 돼 버렸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두 눈을 뜬 채 미동도 없는 나단은 분명히 드라마 속에서 죽은 사람을 묘사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로써 '압구정백야'는 두 번째 희생양을 만들었다. 앞서 백야의 오빠 백영준(심형탁 분)이 드라마 초반 죽음을 맞은 이후 꽤 오랜만이다. 영준 다음으로 등장인물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시청자들이 방심한 틈을 타 임성한의 데스노트가 발동됐다.
나단의 죽음은 황당하기에 더욱 임성한 답다. 건달들의 어색한 연기, 그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죽음의 장면, 단 한 대 맞았을 뿐인데 바로 쓰러지는 나단의 모습은 마치 과거 개그프로그램을 보다가 죽어버린 SBS '하늘이시여'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임성한의 데스노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전작 MBC '오로라 공주'와도 연관성을 지닌다.
'오로라 공주' 방영 당시 시청자들은 과연 몇 명의 등장인물이 죽어나가는지 세어보기도 했다. 남자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이 사망할 정도니,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법칙 조차 해당되지 않았다. 임성한의 데스노트는 이렇게나 '무서운 존재'였다.
'압구정백야' 또한 '오로라 공주'의 뒤를 따라 임성한 데스노트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그 노트에는 또 누구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일까. 시청자들은 나단의 사고 이후 다시금 '압구정백야'에 주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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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