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 지창욱과 박민영이 오해를 푸는 과정은 간단하다. 용기를 내 돌직구로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는 게 끝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말도 따라붙지 않는다. 이는 이들이 진심을 다해 믿고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 이제야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사랑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서로를 오해하는 시간도 사치다.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에서는 정후(지창욱 분)와 영신(박민영 분)이 오해를 푸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후는 아버지 준석(지일주 분)의 진술 테이프를 찾아 헤매다가 살인용의자로 지목된 상황. 또 영신은 피투성이가 된 정후를 보고 한순간 그를 오해했지만, 자신이 잘못봤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을 잡았다. 이후 정후는 그 일에 대해 묻지 않는 영신에게 해명할 기회가 없었고, 영신은 정후가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시절 자신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 준 새아빠 치수(박상면 분)처럼, 영신은 힐러, 또 봉숙으로 정체를 감췄던 정후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정후의 곁에서 늘 같은 모습으로 말을 걸어주는 게 전부였던 것. 진짜 이름과 정체를 묻기 보다는 진심을 먼저 보여준 영신의 모습에 늘 어둠 속에 숨어 지냈던 정후도 자신의 진짜 이름을 소개하며 영신의 곁에 다가갔고, 이제 이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됐다.

하지만 이날 정후를 오해했던 영신은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꺼내놓으며 “무서웠나봐. 싫어하는 거 물으면 내가 지겨워질까봐. 버리고 싶어질까 봐”라고 자신이 정후에게 질문 하지 않았던 이유를 전했고, “나는 안 그래”라는 정후의 말에 용기를 내 “정후야, 너 사람 죽인 적 있어?”라고 물었다. 또 정후의 “아니”라는 말에 “그럴 줄 알았어”라고 활짝 웃은 영신은 한 마디의 질문과 한 마디의 답으로 모든 오해를 날려버리며 이들 커플만의 방식으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기 시작했다.
살인용의자 혐의를 벗고, 아버지 죽음에 감춰진 비밀을 찾아내려는 정후, 또 그를 돕는 영신은 이보다 더 손발이 척척 맞을 수 없는 환상적인 커플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응원하게 했다. 정후는 악의 근원인 어르신(최종원 분)과 마주하며 과거 '그날'에 근접한 상황. 과거의 진실을 파헤쳐 정후와 영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비밀을 풀고, 아무런 걱정 없이 남태평양 무인도와 같은 파라다이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정후와 영신의 모습이 기다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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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