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와 이민기. 두 배우가 스크린을 청춘으로 물들이고 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주연을 맡은 이 둘은 비주얼과 목소리가 아닌 연기력과 진정성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정조준 했다. 덕분에 청춘에 고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또렷하고 선명했다.
두 사람이 주연을 맡은 '내 심장을 쏴라'는 수리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평온한 병원생활을 이어가던 모범환자 수명(여진구 분)이 시한폭탄 같은 동갑내기 친구 승민(이민기 분)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정유정 작가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다.
지난 달 28일 개봉 후 약 3일 만에 전국 2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중이다.

특히 망가짐도 불사한 두 청춘 배우의 호연이 빛났다. 산발한 헤어스타일과 헐렁한 정신병원 환자복, 푹 눌러 쓴 모자에 입가에 허연 침자국 까지. 여진구는 그간 필모그라피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반항적이면서도 남성스러운 옷을 벗고 수명의 옷을 입었다.

비주얼은 거의 포기한 상태.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여진구는 관객의 눈이 아닌 가슴을 사로잡으며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줬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후의 충격으로 자신의 자아와 맞서는 것을 피하며 세상을 등지고 사는 정신병자 역할을 맡아 내면의 갈등과 승민을 만나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아픔을 극복해내는 수명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요소. 승민을 연기하는 이민기는 관객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타오르는 열정으로 수명을 세상으로 꺼내면서 관객의 가슴 속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
이민기는 광기와 장난기를 동시에 풍기는 마스크를 가진 배우. 웃을 때는 천진난만하다가도 분위기를 잡으면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넘친다.
여진구와 이민기는 원작 소설의 수명, 승민과 사뭇 다른 이미지를 풍기지만 이 이야기로 전달하고자하는 알맹이를 제대로 살려냈다. 원작을 집필한 정유정 작가가 큰 만족감을 드러낼만 했다.
두 배우가 이야기 하는 청춘에 심장이 꿈틀한다. 확실히, 여진구와 이민기는 우리의 심장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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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심장을 쏴라'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