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35)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지난해 펠릭스 피에(30)가 절로 떠오른다. 같은 좌투좌타 외야수에 악동 기질을 공유하고 있는 두 선수는 스프링캠프에서 좌충우돌하는 것까지 닮았다.
모건은 지난 2일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서산 잔류군 캠프로 이동했다. 김성근 감독은 모건이 고치 캠프 훈련일정을 소화할 몸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 서산으로 보내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렸다. 이정훈 2군 감독의 맞춤형 지도 아래 몸 상태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모건은 지난해 5월 중순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 실전경기 감각이 크게 떨어져 있다. 여기에 어깨에도 통증을 안고 있어 회복이 필요하다. 이미 4차례 자체 홍백전을 치르며 실전 모드로 임하고 있는 한화 고치 캠프를 지금 당장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피에도 모건에 앞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피에는 지난해 2월5일 오키나와 1군 캠프에서 제외돼 2군으로 이동했다. 훈련 중 왼쪽 엄지손가락을 다친 것이다. 미세골절로 타격 훈련을 할 수 없었다. 실전경기 투입도 어려웠다.
그러자 심기가 불편해진 김응룡 감독이 피에를 2군으로 보내버렸다. 당시 한화 2군도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차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파가 덜했다. 피에는 2군 캠프에서 이정훈 감독의 배려 아래 손가락 회복에 집중했다. 캠프를 마친 뒤에도 1군이 있는 대전이 아니라 2군이 있는 서산에 갔다.
실전 연습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않아 피에의 적응 여부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회복에 몰두한 피에는 이정훈 2군 감독에게 타격에 있어서도 조언을 구하며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피에는 시범경기 초반 1군에 복귀했고,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시즌에 들어가서도 119경기 타율 3할2푼6리 145안타 17홈런 92타점 9도루로 활약했다. 폭넓은 수비와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즌 전 캠프에서 부상과 2군행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몸 상태 회복에 만전을 기한 결과 실력으로 걱정을 잠재웠다.
한화가 올해 모건에게 바라는 것도 이 같은 반전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통해 모건의 실력은 이미 검증이 되어있다. 부상 없이 제 컨디션만 유지할 수 있다면 피에 이상 실력을 갖췄다. 피에와 닮은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모건이 결과도 똑같이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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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피에.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