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펀치’ 김아중, 튀는 악역 아니어도 빛나는 건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2.03 11: 52

SBS 월화드라마 ‘펀치’는 누가 더 ‘나쁜 놈’인지 대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착한 줄 알았던 사람이 뒤통수를 거하게 때리고, 정의를 울부짖던 사람이 알고 보면 가장 악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마치 까도 까도 계속 속이 나오는 양파 같은 드라마다. 때문에 김아중이 연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선한 인물인 신하경은 어찌 보면 밋밋할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비현실적인 인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착하기 때문에 그냥 흘려서 넘어갈 수 있는 배역에 자꾸 시선이 가게 만드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힘일 터다. 아직은 드라마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앞으로의 반격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김아중이 가진 배우로서의 존재감 때문일 터다. 김아중은 ‘나쁜 놈 전성시대’ 같은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착한 인물이고, 독하디 독한 악한 사람들의 행동에 묻힐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14회는 박정환(김래원 분)이 이태준(조재현 분)이 만든 덫에 걸려 태준이 저지를 비리를 덮어쓰는 위기에 놓였다. 태준은 정환의 조력자인 하경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둔 가운데, 정환은 태준에게 또 한번 칼을 겨누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았다. 하경에게 딸 박예린(김지영 분)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반드시 태준을 무너뜨리겠다고 다짐하는 정환의 매서운 눈빛과 그를 든든하게 지키는 하경의 존재는 멜로 장면이 아닌데도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그 어떤 악재에도 신념을 지키는 하경과 사랑하는 예린이 있기에 정환이 모든 것을 걸고 세상과 부딪히겠다고 선언하는 이 장면은 그 어떤 달달한 남녀 로맨스 장면보다 시청자들을 뭉클하고 두근거리게 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어떤 돌풍에도 흔들림 없이 정환의 곁을 지키는 하경은 이 드라마의 보석 같은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에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펀치’는 시한부 인생 정환이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는 권력 투쟁을 누군가에게는 생존 투쟁을 누군가에게는 명예 투쟁을 하는 모습을 담는다. 워낙 치밀하게 인물을 묘사하며 촘촘한 갈등을 보이는 드라마답게 선한 인물보다 악한 인물이 조명을 받고 있는데, 김아중은 선한 배역임에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딸에 대한 지극정성의 사랑을 연기할 때는 섬세한 모성애 연기로 감명을 주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 좌절할 때는 나약한 인간의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정밀한 연기 계산으로 시청자들을 전율하게 했다. 그 어떤 연기도 허투루 하지 않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마지막을 향해 질주하는 ‘펀치’에서 그가 연기하는 하경이 어떤 강력한 주먹을 휘두르며 세상을 바꿔놓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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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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