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은 어떻게 더 뜨거워졌나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2.03 16: 40

일회성 유행일 줄 알았던 '먹방'이 다양한 갈래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TV를 완전히 '접수'했다.
"참 잘 먹는다!"고 감탄하던 하정우, 윤후의 시대(?)를 지나, 이제 먹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먹는 것 자체를 연구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요리 전문가는 셀러브리티가 되고, 요리의 영역은 보다 넓어져 일상 속 '끼니'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소소한 '끼니'는 예능의 한 영역이 되는가 하면, 드라마의 주요 전개를 암시하는 복선으로 기능하고 있다.
# 먹방, 아니 쿡방

요리는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들어섰다. 요리로 가장 쉬운 볼거리를 만드는 건 대결을 펼치는 것. 보면 신기하긴 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마스터셰프 코리아'를 지나, 한식을 메인에 올린 '한식대첩'이 큰 호응을 얻었고, 셰프들이 '부드럽게' 레시피 대결에 나서는 '올리브쇼'는 기존 대결 프로그램의 부담감을 낮춰서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지점을 잡아냈다.
엔터테인먼트는 당연히 엔터테이너를 스타덤에 올린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각종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들을 비롯해 맛집 체인을 다수 보유한 백종원도 각광받는 방송인이 됐다.
'평균치'의 사람들이 요리에 나서는 모습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동엽과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에서 대가를 모셔와서 요리를 배우는데, 비교적 잘 따라하는 성시경과 달리 엉뚱한 사고를 치는 신동엽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인다. 아예 더 '척박한' 환경에서 끼니를 마련해야 하는 '삼시세끼'는 하루종일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농촌과 어촌에서 막 마련한 신선한 음식을 먹는 이 프로그램은 '느리게 먹기'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지만 한 끼니를 먹고 나면 곧바로 다음 끼니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험난한 일상도 함께 보여준다.
# 먹기만? 평론도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다'만 연발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흥미를 높일 수 없게 됐다. TV를 보고 찾아갔는데, 실제 서비스는 별로라 실망했던 기억이 모두 한두번쯤은 있는 상황에서, 신랄한 평론이 맛집 프로그램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먹방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찾아라! 맛있는TV'가 전문가들이 맛집을 섭외 없이 찾아가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테이스티로드'도 박수진과 리지의 신나는 먹방 후에 점수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수요미식회'는 아예 맛집들을 대상으로 토론을 벌인다. 맛집의 역사를 비롯해 맛의 비결 등을 토론하는데, 음식을 직접 먹지 않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점이 흥미롭다. 누구나 하나쯤은 아는 유명 맛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토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먹는 게 곧 권력
드라마 '펀치'는 등장인물들의 '먹방'을 스토리 전개의 주요 포인트로 활용한다. 서로 다른 권력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누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느냐는, 둘 중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느냐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치. 같은 짜장면이라 해도 북경반점에서 시키느냐 성원각에서 시키느냐는 이태준 검찰총장(조재현 분)이 조강재(박혁권 분)에게 기울었느냐, 박정환(김래원 분)에게 기울였느냐를 보여준다. 윤지숙 총리내정자(최명길 분)와 만나서는 자장면을 먹느냐, 파스타를 먹느냐가 이태준과 윤지숙의 심리전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복선 역할도 제대로 해낸다. 이태준을 낭떠러지로 밀어버리기 직전, 박정환은 부와 명예의 상징 소고기집에서, 불에 탄 소고기를 한점 건넨다. 이태준은 이를 덥썩 먹는데, 이는 그만큼 절박한 이태준의 심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곧 박정환의 계략에 더 낭떠러지로 떨어질 이태준의 상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뭘, 어떻게 먹느냐가 매우 중요한 상태. 대중은 공감하기 어려운 '윗분'들의 파워게임으로 그칠 수 있었던 스토리를 만인의 공통 '식욕'을 매개로 쉽게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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