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는 전력의 반이다. 외국인선수 3인방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전체 전력이 좌우된다. 지난해 삼성의 우승, NC의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외국인선수의 활약이 컸다. 때문에 많은 구단들이 외국인선수 영입에 통 큰 투자를 한다. 성공하면 전력을 급상승시킬 수 있고, 1년 계약이 대부분이라 FA 영입보다 부담도 적다.
LG 트윈스도 올 겨울 외국인선수 영입에 각별히 신경 썼다. 총 250만 달러를 들여 선발진과 내야진을 강화했다. 2012시즌 메이저리그 1선발로 활약한 루카스 하렐(30)과 지난해 넥센서 괴력을 과시한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30)를 외국인 원투펀치로 낙점했다. 메이저리그 8년 경력의 베테랑 잭 한나한(35)으로 무주공산이었던 3루 핫코너를 메울 계획이다.
물론 투자액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무대 적응 여부, 코칭스태프·동료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하고, 낮은 금액에 데려온 선수들이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스카우팅에서 실력 외적인 부분을 얼마나 파악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한국무대를 경험했던 외국인선수들의 수요가 높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LG가 소사를 선택한 것도 소사가 지난 3년 동안 한국에서 뛴 게 결정적이었다. 소사가 2014시즌 넥센에서 보여준 활약을 재현한다면, LG 선발진에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소사는 지난 3년 동안 경기당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약점을 보완한 지난해 후반기에는 11경기 70⅔이닝을 투구하며 6승 무패 평균자책점 2.93을 찍었다. 후반기 최고 투수중 한 명이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양상문 감독은 “소사는 이미 한국무대를 많이 경험한 투수다. 전혀 걱정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상수 투수코치 또한 “소사가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던진 만큼, 천천히 페이스를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리 팀에 합류한 후 몸 상태를 보니 관리를 정말 잘 했더라”고 소사의 준비성을 칭찬했다. 이미 불펜피칭에 들어간 소사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실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사가 상수라면, 루카스와 한나한은 변수다. 둘 다 한국무대는 물론, 아시아 야구를 경험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서 활약한 경력이 있지만,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봐야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둘 다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루카스는 지난 2년 동안 제구난조, 한나한은 지난해 어깨 수술로 인해 송구능력에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최근 둘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는데,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 감독은 루카스를 두고 “제구력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강상수 투수코치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는데 더 이상 지도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괜찮다. 지금 투구 밸런스 그대로 실전에 가도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루카스는 이미 강 코치와 머리를 맞대고 투구에 임하고 있다. 강 코치는 첫 번째 불펜피칭 후 루카스에게 “내가 생각하는 네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루카스는 “제발 이야기 해 달라.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강 코치는 양 감독과 비디오를 보며 논의했던 부분을 루카스에게 전했고, 루카스는 이를 금방 받아들였다. 강 코치는 “두 번째 불펜피칭에 들어갔는데 2012시즌의 밸런스가 잡힐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루카스는 2012시즌 휴스턴에서 32경기 193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맹활약했다. 약체 휴스턴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선발투수였다. 하지만 이후 제구력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2012시즌 9이닝 기준 3.6개를 허용했던 볼넷수가 2013시즌 5.2개, 2014시즌에는 6.6개로 불어난 게 문제였다. 양 감독은 루카스가 고전했던 원인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볼넷이 많이 나왔는데 한 두 개 빠지는 공에 타자들이 속지 않은 것도 컸다”며 “루카스가 밸런스만 어느 정도 다시 잡으면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한나한도 청신호를 켰다. 양 감독은 한나한의 어깨 상태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 송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아직 실전에 임하지는 않았지만, 연습만 봐서는 확실히 기본기가 잘 되어 있더라. 자세만 봐도 장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한나한이 내야진의 리더로 자리할 것을 예상했다.
이미 한나한은 LG에서 베테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소통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자신을 향한 선수들의 관심에 적극적으로 응답 중이다. 애리조나에 있는 LG 관계자는 “훈련 전후로 한나한의 락커룸은 항상 선수들로 바글바글하다. 한나한이 쓰는 배트와 글러브를 놓고 선수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항상 친절하게 답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달했다. 한 신예선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나한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첫 날부터 친한 형처럼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인상도 좋고 굉장히 성실하다. 앞으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나한이 빠르게 팀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LG는 지난 2년 동안 외국인선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2013시즌에는 벤자민 주키치가 부진했고, 2014시즌에는 조쉬벨·에버렛 티포드가 기대 이하의 활약을 했다. 조쉬벨을 대체한 브래드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에선 폭발했으나 페넌트레이스에선 조용했다. 외국인선수의 활약이 동반됐다면, LG는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2위, 2014시즌 페넌트레이스 4위보다 더 나은 성적을 냈을지도 모른다.
LG의 2015시즌 전망은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 하지만 우승후보까지 보기에는 부족하다. 외국인선수와 신예선수들의 활약이 동반돼야 정상을 응시할 수 있다. 만일 외국인선수 3인방이 동반 잭팟을 터뜨린다면, 정상을 향한 지름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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