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KIA 타이거즈의 전훈 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 킨 구장.
좌우 외야 펜스에는 '나는 오늘 팀과 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왜?', 그리고 백네트에는 '공을 찢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구단의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현수막을 내거는 게 일반적이지만 KIA 캠프는 달랐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기태 감독의 팀 운영 계획이 담긴 문구였다.
가령 하나의 목표가 있다고 치자. 김기태 감독은 "감독 또는 코치가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선수 스스로 야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느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공을 찢자'는 현수막은 타격 훈련할 때 한 번의 스윙을 하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휘두르자는 뜻에서 걸어 놓았다. 양보다 질(집중도)을 강조하는 김기태 감독의 훈련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KIA 선수단의 일과 가운데 자아발전의 시간이 있다. 자아발전은 하루 훈련을 펼치면서 미진했던 부분을 스스로 정해서 신청하는 것이다. 훈련에서 자발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보완하는 과정이 있어야 효율성이 크다는 게 김기태 감독의 생각이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하는 것과 담당 코치가 시켜서 하는 건 분명히 다르다"고 귀띔했다.
KIA 캠프 분위기는 예년과 확 달라졌다. 선수단을 지원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표정이 밝아지고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더욱 적극적이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 한 베테랑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한 번 보세요. 선수들이 알아서 뛰지 않습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분위기입니다".
야구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KIA 선수들이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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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