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남희석이 ‘진짜 선배’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줬다. 어느 순간 ‘꼰대’처럼 잔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머쓱해 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그 진솔한 표정마저도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별 소리를 다 한다”며 민망해하면서도 꼭 해야 할 말을 넘기지 않고 짚고 넘어가는 남희석의 ‘폭풍 잔소리’가 안방극장을 잔잔하게 했다.
남희석은 지난 3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에 조세호의 절친 자격으로 특별 출연을 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세호는 남희석이 지난 14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챙긴 소속사 연예인이자 절친한 후배. 초반 두 사람이 서로 누가 잘생겼느냐를 두고 외모 논쟁을 벌일 때까지만 해도 그냥 웃음을 선사하고 가나보다 했지만 반전이 존재했다.
바로 14년간 함께 방송은 물론이고 지방 행사를 다니며 쌓아온 친분은 두 사람을 단순한 선후배 사이를 뛰어넘어 가족 같은 사이로 묶어놨기 때문. 먼저 꺼낸 이야기는 농담 같았다. 조세호를 자신이 주도하는 소속사에 데리고 있었던 수년간 적자였다는 속내. 개그맨답게 시종일관 웃음을 선물했던 남희석은 진지한 고백도 장난처럼 시작했다. 허나 그가 꺼낸 과거는 그 어떤 감동적인 드라마보다 뭉클했다.

조세호가 인기를 얻은 후 다른 전문 연예기획사에서 그를 탐냈다는 속앓이부터 시청자들의 가슴 한켠을 따스하게 했다. 조세호는 숱한 ‘러브콜’에도 남희석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의리를 지켰다. 조세호를 아끼는 남희석은 후배의 의리가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후배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조세호가 빨리 인기를 누리지 못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괜한 자책감까지 고백했다. 그리고 조세호가 지난 연말 연예대상에서 상을 수상한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눈물을 터뜨렸다는 남희석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단단하고 끈끈한 의리를 확인하게 했다. 또한 각박한 세상을 살며 이득을 따지지 않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지킨다면 그 보상은 온다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조세호가 자신의 곁에 있어 더 고생한 것 같다며 울컥해하는 남희석과, 이를 부정하며 남희석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조세호의 모습은 야심한 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조세호가 의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남희석이 본받고 싶은 선배였기 때문. 무명인 자신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이름을 기억하고자 노력했다는 일화를 꺼내는 조세호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짜 선배’ 남희석이라는 개그맨을 발견하게 됐다.
조세호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타고 소속사 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는 이국주에 대한 먼저 인기를 누려본 선배로서의 조언, 오랜 만에 방송 복귀 후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박준형이 건강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맙다는 따뜻한 씀씀이, ‘미녀들의 수다’를 진행하면서 간접적으로 겪은 외국인 방송인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오타니 료헤이까지 챙기는 배려까지. 남희석은 이날 어떻게 보면 ‘폭풍 잔소리’를 쏟아냈다. 자신 역시 “별 이야기를 다 한다”며 야심한 시각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꾸 생각나는 게 많아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해 다소 민망해 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선배, 후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선배 남희석의 참모습이었다.
‘룸메이트’는 스타들과 절친한 깜짝 스타들이 자주 찾아온다. 누군가는 색다른 매력을 안기고 가고, 누군가는 폭발력 있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을 강력하게 알리기도 한다. 조세호와 정말 친해서 ‘룸메이트’를 찾은 후 후배들과 진솔한 수다를 떨고 간 남희석은 시청자들에게 ‘진짜 선배’, ‘진짜 어른’이 해야 하는 덕목에 대해 보여줬다. 흔히들 이야기를 한다. 어른들의 잔소리는 두고 두고 약이 된다고. 그리고 잔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남희석이 그랬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온 수다와 잔소리가 당황스러웠던지 갖가지 농담을 하며 포장을 하려고 애썼지만, 그런 민망해하는 모습마저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편 ‘룸메이트’는 스타들이 한 집에 모여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 관찰 예능이다. 이날 방송에는 조세호의 절친인 남희석, 박준형과 함께 god 활동을 했던 데니안이 특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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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