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25, 두산 베어스)은 역대로 봐도 아마추어(덕수고) 시절 재능으로는 정상급에 속했다. 5억 5000만원이라는 계약금은 성영훈에 대한 기대치를 잘 말해준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동기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는 평가였다. 캐나다 에드먼튼에서 있었던 200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오지환, 김상수, 안치홍, 허경민, 정수빈 등과 함께 한국의 우승에 기여하고 대회 MVP도 수상했다. 이미 고교 2학년 때 152km의 빠른 공을 던졌으니 잠재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고교야구 스타 투수들은 프로에 와서 혹사 여파로 고생하는 일이 잦다. 성영훈 역시 고등학교 시절 받았던 관심의 크기만큼 프로에 와서 힘들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1군에서는 27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2010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팔꿈치 인대가 끊어진 뒤로는 1군 등판이 없었다. 지난해엔 퓨처스리그 마운드에도 오를 수 없었다.

전지훈련 명단에서도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 중인 1군 전지훈련은 물론 3일 대만으로 떠난 퓨처스 팀의 전지훈련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성영훈은 대신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새로운 시즌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통증이 반복됐던 선수인 만큼, 현재는 급하지 않게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용덕 퓨처스 총괄코치는 “던지는 것을 보니 공은 좋았다. 지난해 팔꿈치에 통증이 있었다고 하더라. 재활군에 있으면서 페이스를 좀 올렸더니 다시 아프기를 반복했다고 해 지금은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스프링캠프에 가면 안될 정도의 상태는 아니지만, 1군부터 의욕 과잉을 경계하고 있는 두산은 성영훈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전지훈련에 가면 아무래도 의욕이 앞서 오버페이스를 할 수 있다. 그러면 지난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모른다”며 한 코치는 성영훈이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어 “다른 선수들은 훈련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전 모드에 들어갈 수 있는데 성영훈은 아직 ITP(Interval Throwing Program,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소화하고 있는 단계다. 몸을 더 만든 뒤에 실전에 나서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코치에 의하면 성영훈은 지금 5~60m를 던질 수 있는 수준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 훈련장에서만 하다 보니 공간에 제한이 있어 더 멀리 던지지는 못하고 있다.
2010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4차전에서 박한이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듯 구위만 회복되면 충분히 1군에서 통할 수 있다. 한 코치도 “아프지만 않으면 1군에 올라가서도 도움이 될 선수”라며 성영훈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두산을 넘어 프로야구 최고의 기대주 가운데 하나였던 성영훈이 아픔을 딛고 1군에서 유감없는 피칭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성영훈은 빠졌지만 두산의 퓨처스 팀 스프링캠프에는 장차 1군에서 활용될 투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정호, 허준혁, 강동연 등 이미 1군을 밟아봤던 선수들도 있고, 한주성, 전용훈, 남경호, 채지선 등 팀 내 주요 유망주들도 여럿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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