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미국과 일본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보통 캠프 첫 20일은 체력 및 기술훈련 위주로 치러지고, 2월 둘째 주부터 연습경기로 실전태세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 그런데 이미 자체 연습경기로 실전에 돌입한 팀들이 있으니 바로 한화와 NC가 그렇다.
각각 일본 고치와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 캠프를 차린 한화와 NC는 가장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두 팀 모두 선수만 60명이 넘는 대규모 캠프를 구성한 가운데 일찌감치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이 초반 승부수다.
먼저 한화는 지난달 28일 자체 홍백전을 시작으로 고치 캠프에서만 벌써 5차례 경기를 가졌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한화의 첫 홍백전이 2월8일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열흘 이상 빨라진 일정이다. 이마저도 김성근 감독이 캠프 초반 선수들의 몸 상태 준비 부족을 이유로 일주일 정도 뒤로 미룬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시절에도 1월말부터 자체 연습경기로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시즌 초반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는 다른 팀보다 한두 발을 먼저 움직여야 했다. 김 감독은 "경기 속에서 선수들이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만큼 좋은 훈련이 없다는 게 김 감독 생각. 이달 초에만 4차례 홍백전을 더 거쳐 타팀과 대외 경기에 나선다.
NC도 한국시간으로 2~3일 자체 청백전을 치렀다. 4일까지 3일 연속 자체 청백전이 진행된다. 4일 하루 휴식을 취한 다음에도 5~6일 청백전 일정이 잡혔다. 한화 다음으로 빠르게 실전경기에 들어간 NC는 지난 2013년부터 2월초에 실전경기를 해왔다. 다른 팀보다 빠른 일정이었는데 올해도 예외없다. 10일 애리조나대학, 11·14일 LG와 대외 경기로 속도를 높인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는 경기를 많이 해봐야 한다"는 말로 실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로 1군 진입 3년차가 되는 NC는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실전경기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아야 한다. 2월 중순 이후로 주축 선수들이 뛰는 시기가 되는 만큼 2월초부터 실전경기를 해야 유망주들도 기회가 온다.
물론 한화와 NC 모두 주축 및 외국인선수들은 실전경기에 많이 나서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다. 한화는 주력 투수들이 아직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NC도 주력 투수는 물론 이호준·이종욱·손시헌 등이 경기에 빠져있다. 경험치가 쌓여있는 베테랑, 각자 페이스가 있는 외국인에겐 맡겨두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시즌 초반 승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화는 지난 5년간 3~4월 성적이 33승76패2무로 승률이 3할3리에 불과했다. NC도 1군 첫 해였던 2013년 4월까지 4승17패1무로 1할대(.190) 승률의 고난을 겪었다. 시즌 초반 처지면 이후 순위 싸움에서 매우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
선수층이 얕은 한화, 빠진 전력이 많은 NC는 시즌 초반 뒤처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벌써부터 초반 스퍼트를 염두에 두고 실전 태세에 들어간 이유. 2000년대 후반 스피드 야구로 트렌드를 이끈 김성근·김경문 감독의 행보라 더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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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김경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