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죽음도 무섭다 '임성한 트라우마'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5.02.04 14: 09

등장인물의 죽음이 이렇게나 크게 논란이 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이 또한 임성한의 힘이자, 그가 시청자들에게 심어놓은 트라우마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는 조나단(김민수 분)의 죽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앞서 2일 방송분에서 눈을 뜬채 정신을 잃었던 그는 결국 '압구정 백야'에서 내려왔다. 이에 임성한 데스노트 등장으로 온라인은 시끌시끌했고, 임성한의 작품 세계에 대한 토론이 뜨겁게 이어졌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듯, MBC는 발빠르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압구정 백야' 측 관계자는 최근 OSEN에 "김민수의 죽음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1월부터 죽음과 관련한 임성한 작가 특유의 복선이 있었으며, 그의 오랜 팬들은 이를 알아채기까지 했다"면서 "임 작가의 데스노트라는 것으로 화제가 될 것을 이미 예측했다. 그러나 조나단의 이같은 장면은 이미 극본 상에 있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물론 조나단의 죽음이 백야(박하나 분)의 비극에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하다. 또한 남자주인공 장화엄(강은탁 분)과의 로맨스를 위해서는 남편 조나단의 죽음은 필수불가결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시청자들은 조나단의 죽음에 타당성과 개연성이 있느냐에 주목하는 것 만큼이나, 임성한의 데스노트가 또 어떤 인물의 죽음을 불러올 것인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작 '오로라 공주'에서 무려 12명의 사람과 1마리의 개를 죽음으로 하차시켰다. 여자주인공의 오빠들이 모두 죽거나 사라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터무니없는 샤머니즘, 의도를 알 수 없는 상황 설정 등으로 임성한 월드를 세웠던 그지만, '오로라 공주'에서의 데스노트로 특히 범접할 수 없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행보로 시청자들은 이제 '겨우' 두 명의 등장인물, 그것도 이야기 전개상 필요할 법한 인물의 죽음임에도 데스노트를 언급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성한 작가가 스스로 만든 임성한 트라우마 때문.
그런데,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러한 논란이 오히려 임성한의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압구정 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신작이라고 하기엔 큰 화제를 모으진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파격적이었던 '오로라 공주'를 비롯한 전작들에 비하면 '압구정 백야'는 상대적으로 말썽이 될 만한 장면이 드물었다.
그러나 조나단의 죽음 이후로 '압구정 백야'는 확실히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MBC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편성하는 이유, 바로 그 시청률은 상승세를 탔다. MBC 입장에서 본다면, '압구정 백야'는 이제 논란과 함께 달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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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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