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 마이클 부블레가 첫 내한 공연으로 한국 팬들을 만났다. 그의 공연은 말 한 마디, 노래 한 곡마다 그야말로 레전드. 아무도 따라 할 수 없을 ‘역대급 부블레 쇼’가 팬들을 열광시켰다.
마이클 부블레는 4일 오후 서울 잠실에 위치한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2015 마이클 부블레 투 비 러브드 투어(2015 Michael Buble – To Be Loved Tour)’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단 하루뿐인 이날 공연에는 6천여 관객이 객석을 꽉 채웠고, 마이클 부블레는 실망 없는 완벽한 공연으로 보답했다.
콘서트는 오프닝을 포함해 약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부블레는 공연이 길어질수록 지치기는커녕 점점 충전되는 모습이었다. 내한 공연에서는 보통 가수들이 소통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부블레는 거침 없이 관객에 말을 건네고, 농담을 하며 순간, 순간을 즐겼다. 간혹 수위 높은 개그도 있었고, 또 인스타그램에서 봤다며 빅뱅 태양의 ‘눈,코,입’을 부르며 한국 팬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하는 등 팬들과 소통하려 하는 그의 태도가 돋보였다.


장시간 공연 동안 단 한 번도 무대 뒤로 들어가는 시간 없이 계속해서 팬들과 호흡한 그의 내공 또한 대단했다. 쉬지 않고 노래를 하면서도 그의 목소리에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공연 후반부에는 관객 모두 기립해 그와의 파티를 즐겼다. 부블레의 관객을 향한 적극적인 애정 공세가 팬들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부블레는 공연 내내 관객에 “당신들이 정말 좋다”며 말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팬과 ‘셀카’를 찍거나 무대 위에 함께 서는 등 이례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연 초반에 꽃 모양의 야광봉을 들고 온 한 팬에게 그는 야광봉이 예쁘다며 말을 걸다가는 객석으로 내려가 그와 셀카를 찍고 포옹까지 해 주위 팬들의 부러움의 함성을 들었다.
또, 몇 곡의 공연 후에는 “지금까지 33개국에서 174회 콘서트를 했는데,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은 처음”이라며, 공연 중 객석에서 춤을 추던 한 팬을 무대 위로 데리고 올라가 즉석 듀엣 공연을 하기도 했다. 부블레의 노래에 맞춰서 이 팬은 프리스타일로 춤을 췄고, 부블레는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광경”이라며 행복에 겨워했다. 부블레에게도, 팬들에게도 다시 없을 첫 내한 공연이 모두의 마음을 관통했다..

이날 오프닝은 아카펠라 그룹 내추럴리세븐(Naturally7)의 무대로 꾸며졌다. 다채로운 색깔의 소리를 내는 7인 멤버들의 무대가 공연 초반부터 관객 분위기를 뜨겁게 했다. 내추럴리세븐은 “안녕하세요 서울,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에서 공연을 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라고 유쾌하게 인사하며 인상 깊은 공연을 펼쳤다.
그냥 오프닝이라고 하기에는 아까운 공연이었다. 내추럴리세븐은 공연장에 온 모든 사람들이 음악에 빠져 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약 40분 간 쉴 틈 없는 꽉 찬 공연을 선사했다. 재치 있는 무대매너와 소름 끼칠 정도로 수준 높은 공연에 관객 역시 함께 손을 흔들고 박수 치며 오프닝 무대를 즐겼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렸던 마이클 부블레의 등장. 공연장은 순식간에 축제가 됐다. 첫 곡 ‘피버(Fever)’와 ‘해븐트 멧 유 옛(Haven’t Met You Yet)’을 부른 마이클 부블레는 노래를 하며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듯 한쪽 끝에서 반대쪽까지 천천히 시선을 옮겼고, 편안하면서도 가슴 설레게 하는 그의 음악이 관객을 순식간에 몰입시켰다. 그의 등장에 앞서 예고 없던 20분이라는 긴 인터미션이 있었지만, 이미 잊혀진 지 오래였다.
그는 재치가 넘쳤다. 마이클 부블레는 “여기 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당신들이 정말 좋다”고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말을 천천히 하겠다. 혹시 영어를 잘 못 하는 친구가 옆에 있다면 통역하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 내가 얼마나 재미있고 잘 생겼는지 많은 얘기를 나눠주기 바란다”며 입담을 뽐냈다.

이어진 공연은 ‘트라이 어 리틀 텐더니스(Try a Little Tenterness)’, ‘올 오브 미(All of Me)’, ‘문 댄스(Moon Dance)’, ‘컴 댄스 위드 미(Come Dance with Me)’, ‘필링 굿(Feeling Good)’. 부블레는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음악에 흠뻑 취한 모습이었다. 몇 곡에서는 일부 무대가 앞뒤로 움직였는데, 이는 부블레가 이번 공연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에브리씽(Everything)’, ‘댓츠 올(Thant’s All)’, ‘하우 캔 유 멘드 어 브로큰 하트(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피아노(Piano)’, ‘홈(Home)’, ‘겟 럭키(Get Lucky)’, ‘후즈 러빙 유(Who’s Loving You)’, ‘투 러브 썸바디(To Love Somebody)’,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 ‘버닝 러브(Burning Love)’,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 등 다채로운 음악이 관객을 환호하게 했다.
부블레는 음악은 물론이고 등장, 멘트, 밴드 소개까지 무엇 하나 눈 뗄 수 없는 공연을 꾸몄다. 그의 말처럼 “왜 이제야 왔나” 싶은 시간이었다.
한편 이번 공연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마이클 부블레의 다섯 번째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아시아 투어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마닐라, 홍콩,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서울, 도쿄로 이어진다.
공연에는 빅밴드와 아카펠라 그룹 내추럴리세븐이 참여한 것은 물론, 100여명의 현지 스태프들이 미국, 캐나다 등 각국에서 입국해 퀄리티 높은 공연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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