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강정호는 세이버로 평가하기 힘든 선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2.05 06: 00

세이버메트릭스는 이제 야구를 보는 중요한 틀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들이 내놓은 연구결과 가운데 최고의 성공작으로 OPS(장타율+출루율)가 손꼽히는데, 최근에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인 WAR(Wins Above Replacement)가 각광을 받는다.
WAR는 선수가 과연 '몇 승 짜리'인가를 훌륭하게 설명해주는 도구다. 예를 들어 WAR 5인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리그 평균수준의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연간 5승을 더해준다는 의미다. 공격과 수비까지 모두 계산해야하는 WAR는 산출공식도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운영하는 기록실(www.kbreport.com)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 WAR 1위는 넥센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9.42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보통 WAR 5가 넘으면 슈퍼스타라고 말하는데, 작년 WAR 5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9명으로 팀당 평균 1명 씩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강정호는 공수 모두 엄청난 활약을 펼쳐 우뚝솟은 별이 됐다.

강정호가 기록한 WAR 9.42의 위대함은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좀 더 쉽게 와닿는다. 메이저리그 기록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www.baseball-reference.com)에서 단일시즌 역대 WAR 최고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상위권 대다수가 메이저리그 초창기 선수들인데, 2000년대 이후 1위는 배리 본즈로 2001년과 2002년 나란히 11.8을 기록했다. 작년 한국 프로야구는 128경기였고 메이저리그는 162경기였는데, 시즌 경기수 대비 WAR의 퍼센테이지를 따져보면 강정호는 7.35%, 본즈는 7.28%였다.
이처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시즌 한국에서 보여준 야구는 압도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넥센 염경엽 감독은 고민이 깊다. 쉽게 말해서 연간 10승을 더해주던 선수가 갑자기 빠져나가니 그 만큼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
염 감독은 강정호를 10승 짜리가 아닌 15승 짜리 선수로 보고 있다. 그는 "강정호는 세이버메트릭스로 온전히 평가하기 힘든 선수다. 작년 WAR가 10정도인데, 그걸로는 강정호의 진가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염 감독은 "WAR에서는 팀 분위기나 결정적인 홈런 등이 반영되지는 않는다. 작년 강정호는 1년 내내 자리를 굳게 지켜줘 팀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됐다. 게다가 홈런도 중요한 장면마다 나왔었다. 그래서  강정호를 15승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제 염 감독의 과제는 15승 메우기다. 염 감독의 말대로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만약 작년 넥센에 강정호가 없었다면 78승 48패가 아닌 63승 63패가 되었을 것이다. 즉 5할에 간신히 턱걸이할 전력이었다는 게 염 감독의 냉정한 분석이다. 일단 강정호의 후임으로 지목된 윤석민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15승 짜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야수쪽 보다는 투수들의 급성장이 필요한 넥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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