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애리조나 리그, 쉽지않은 현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2.05 06: 00

한국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에 다시 미국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10개 구단 가운데 미국에 1차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곳은 모두 6개, 특히 애리조나주에만 5개 구단이 몰려 전체의 절반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애리조나는 겨울철 운동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이다. 사막기후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날이 적고, 건조하고 선선한 날씨는 운동하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지형조건 덕분에 애리조나는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프링캠프로 각광받았고, 구장 훈련시설도 매우 뛰어나다.
현재 애리조나에 둥지를 튼 구단은 롯데(피오리아), 두산(피오리아), LG(글렌데일), 넥센(서프라이즈), NC(투산) 등 5구단이다. 투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도시들은 차로 20분이면 충분히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붙어 있다. 이에 애리조나에 머물고 있는 몇몇 구단에서는 '이 참에 아예 2차 전지훈련까지 여기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속칭 '애리조나 리그' 창설 논의다.

애리조나에 머물고 있는 대부분의 구단들은 2월 중순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열기 전까지 말이다. 롯데는 시애틀, 두산은 샌디에이고, 넥센은 텍사스, LG는 다저스 캠프를 쓰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애리조나 리그 창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안 하나는 NC가 있는 투산이다. 투산은 나머지 4구단이 모여있는 피닉스 근교로부터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과거 투산에도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모여 있었지만, 지금은 대다수가 빠져나가 구장에 여유가 있다. 현재 NC는 애리조나 대학교와 공동으로 훈련장을 쓰고 있는데, 구단 관계자는 "여기는 그라운드가 충분하다. 투산 시에서도 구단 유치에 적극적이다. 구장이 4개 정도 비는데, 실전경기 위주의 2차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애리조나가 훈련에 적합한 것은 모두들 공감하지만, 5개 구단의 처지는 제각각 다르다. 일단 넥센과 NC는 애리조나 리그에 가장 우호적이다. 이유는 2차 전지훈련지로 주로 찾는 일본에 본거지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넥센은 오키나와에서 홈구장 없이 실전경기 위주로 2차 전지훈련을 치르고, NC는 아예 일본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LA로 이동해 현지 대학팀과 경기를 치른다.
그렇지만 LG는 오키나와에, 두산은 미야자키에, 롯데는 가고시마에 본거지를 이미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이미 수 년짜리 계약도 체결했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애리조나 리그에 참가하는 게 쉽지는 않다. A구단 관계자는 "일본에 구장이 없는 구단은 애리조나에 있는 게 좋겠지만, 우리는 시차라든지 날씨적응 등을 감안하면 2차 전지훈련은 일본에서 하는 게 낫다"라고 말한다.
현장의 감독들은 훈련지로 적합한 애리조나 리그에 긍정적이지만, 구단은 그렇지 않다. B구단 관계자는 "구단주가 일본을 좋아하는지, 미국을 좋아하는지도 변수다. 2월에 전지훈련지를 꼭 찾아가는 구단주도 있는데, 일본이 가깝고 일정에도 부담이 없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구단들은 2차 전지훈련지를 미국으로 옮기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C구단 사장은 "감독끼리 합의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프런트, 미국 시당국, 메이저리그 구단까지 모두 동의를 얻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성사가 어렵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리조나에서 3월까지 훈련을 하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야구에 적합한 기후라 몸 상태를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최고의 인프라에서 훈련을 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다는 점이다. 대신 단점으로는 너무 긴 미국생활에 선수들이 지친다는 점, 그리고 따뜻한 미국에 오래 머물다가 쌀쌀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높아질 수도 있는 부상 위험도 등이 꼽힌다. 일부 구단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애리조나 리그 창설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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