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지성이 표현하는 7개의 인격 중 단연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는 바로 신세기다. 그리고 그 신세기의 저력은 지난 4일 방송된 '킬미 힐미' 9회에서 입증됐다.
이날 방송된 '킬미 힐미'의 엔딩은 신세기의 몫이었다. 2분 가량 이어진 이 장면에서 신세기는 이 회 통틀어 이 부분만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다른 인격들을 누르고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엔딩은 손을 잡고 나란히 누워 있는 오리진(황정음 분)과 차도현인지 신세기인지 모를 남자가 비춰지며 시작됐다. 그리고 눈을 뜬 오리진이 "괜찮아요, 차도현 씨?"라고 물었고, 심상치않은 그의 눈빛에 긴장하며 "신세기?"라고 되물었다. 이에 그제서야 신세기라는 정체를 밝힌 남자는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네가 왜 차도현 침실에 있는 거냐고. 왜!"라고 외쳤다.

신세기는 분노하며 오리진을 판 안에 가뒀다. 신세기의 터프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액션이었다. 그리고 신세기 밑에 깔린 오리진을 보며 여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바로 이런 행동이 신세기가 특히 인기를 얻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차도현 안에는 신세기를 비롯해 페리박, 안요섭, 안요나, 나나, 의문의 X 까지 모두 7명의 인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 일어났다. 남자주인공의 팬덤이 마치 아이돌 팬덤처럼 뜨거워지고 있는 것. 특히 7개 인격 모두 서로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이 7개 인격의 팬들이 서로 나뉘어 그 인격을 응원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 중 신세기는 상당히 많은 팬을 보유한 인격이다. 젠틀하지만 소심한 차도현과는 달리 그는 거칠지만 은근한 귀여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차도현을 제거하고 자신이 그 위에 서려는 인격으로, 어찌 보면 악역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러한 신세기의 성격에 환호하는 중이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 신세기의 2분 엔딩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바로 또 다른 인격들이 보여준 정반대의 모습 때문. 토끼 잠옷을 오리진에게 빼앗아 입은 안요나, 오리진과 막춤을 춘 아저씨 페리박의 등장 이후 나타난 신세기의 모습은 그의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요즘 드라마에선 거친 남자를 찾아 보기가 힘들다. 굳이 찾자면 '남에겐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정도다. 그런 가운데 무대포 성격의 신세기는 희귀한 카리스마남으로 여심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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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 힐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