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전통의 ‘포수 왕국’이었다. 2000년대 중, 후반부터는 1군에서 활용도가 적었던 포수들(채상병, 최승환, 용덕한 등)을 트레이드 카드로 쓰면서도 계속해서 젊은 포수들을 발굴해냈다. 비교적 포수 포지션에 선수가 많음에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꾸준히 포수를 뽑으며 미래도 대비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든든한 것은 양의지가 있어서다. 지난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양의지는 타율 2할9푼4리, 10홈런으로 타격 성적이 나쁘지 않았으나 출전 경기 수(97경기)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건강에 신경을 쓰며 준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주전 포수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포수 출신인 김 감독은 “(최)재훈이도 좋은 포수지만, 주전은 역시 (양)의지다. 주전 포수에 대한 대우는 확실히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이 말 한마디로 안방마님을 예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백업인 최재훈은 다른 팀이라면 주전을 노릴 수도 있는 기량을 갖췄다. 특히 2013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활약은 최재훈의 주가를 올린 계기가 됐다. 타격만 뒷받침된다면 풀타임 주전으로 뛰기에도 손색은 없다. 왼쪽 어깨 수술 후 재활로 지난 시즌에는 중반이 되어서야 합류했지만 이때를 제외하면 야구를 하면서 특별히 크게 아파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말했을 정도로 건강한 포수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마스크를 썼던 김재환은 타격에 전념케 하기 위해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김재환이 포수였을 때는 양의지와 최재훈, 김재환이 모두 건강해도 셋 중 하나는 1군에 남기 힘들었다. 송구에 약점이 있던 김재환은 1루에서 거포본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두산도 셋을 모두 1군에 두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재환을 1루로 돌렸음에도 안방 자원은 더 있다. 제 3의 포수로는 지난해 1군에 데뷔한 김응민이 버티고 있다. 이외에도 신예 장승현이 2년 연속 1군 전지훈련에 참가하며 1군 진입을 노린다. 양의지, 최재훈에 이 둘까지 4명으로 144경기를 커버하기에 충분하다. 2016 시즌부터는 올해 9월 제대할 박세혁도 합류한다.
지난해 8월 2차지명에서 뽑은 포수도 둘 있다. 5라운드에 선발한 고졸 박종욱과 9라운드에 지명한 대졸 정인석이 바로 그들이다. 1군 경험이 있는 포수가 셋이고, 1군 데뷔 가능성을 가진 포수도 하나 더 있어 이들에게는 당장 1군 진입을 노리기보다 여유를 갖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좋은 환경이다.
퓨처스 팀 전지훈련 이전까지 이들을 지도했던 조경택 코치는 “둘 다 유망주인데, 포수로서 기본기가 아직 부족하다. 아마추어 팀에는 배터리 코치가 거의 없어서 기본기 없이 하는 경우도 많다. 어깨는 좋고 가능성이 보이는데 스텝이나 블로킹에 문제가 있다. 어린 선수들이라 습득력은 빠르다. 프로에서 경기를 하면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체력이 부족하면 기술 습득도 어려워진다. 2~3년 정도는 기본기 위주로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실전보다는 훈련이 우선이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홈 플레이트는 김응민과 장승현이 주로 지킬 것이다. 조 코치는 “박종욱과 정인석은 육성군에서 체력과 기본기 위주로 훈련해야 한다“며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들이 혹독한 조련 속에 1군에서 활용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다면 두산은 또 한 번의 신화를 기대할 수 있다. 양의지가 2006 2차지명에서 8라운드에 호명됐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들도 못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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