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5개 팀들의 공통된 반격 키워드 '발야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2.05 06: 05

지난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대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경기당 홈런이 2.02개로 역대 5번째. 반면 경기당 도루는 1.95개로 홈런보다 적었다. 장타가 뻥뻥 쏟아지며 다득점 경기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도루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2015년은 또 다른 양상을 예고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가운데 높은 코스로 반 개 정도 넓어져 타고투저 완화의 가능성이 생긴 만큼 득점력을 키울 수 있는 기동력 강화를 화두로 내거는 팀들이 있다. 특히 지난해 하위권 팀들이 발야구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팀 도루 1~2위가 우승팀 삼성과 3위 NC였다는 걸 상기하면 발야구는 반격의 필수일지 모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 발야구로 트렌드를 주도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팀 도루 2위에 올랐다. 도루 숫자도 많았지만 다음 베이스를 또 노리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다. 김 감독이 한화에 온 것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한화는 대표적인 느림보 팀으로 최근 5년간 팀 도루 순위도 7-7-7-9-8위. 발 빠른 정근우·이용규 외에 나머지 선수들을 얼마나 달리게 할지가 관건이다. 

김용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SK도 빠르기를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팀 도루 2위와 3위로 상위권이었지만 김용희 감독이 추구하는 건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팀 전체가 달릴 수 있는 팀이다. 지난해 조동화(37개) 김강민(32개)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도루는 나주환(10개) 뿐이었다. 김 감독은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1995년 롯데 시절 역대 한 시즌 최다 220도루 기록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겨울 동안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던 롯데도 발야구를 화두로 꺼내들고 있다. 지난해 롯데는 팀 도루가 63개로 최하위였다. 손아섭·전준우가 부상을 달고 뛴 영향으로 도루 숫자가 급감했다. 현역 시절 주루에 일가견이 있었던 이종운 신임 감독은 작전 야구를 선언했다. 벤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과감한 도루와 베이스러닝이다. 최준석·강민호를 빼면 장타자가 없다는 점도 발야구를 해야 할 이유다. 
전통의 '육상부'를 자랑하는 두산도 발야구 부활과 함께 명가 재건의 기치를 올린다. 2013년 172개의 도루로 이 부문 1위였던 두산은 그러나 지난해 송일수 전 감독 체재에서 도루가 111개로 5위에 그쳤다. 도루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희생번트가 많이 나오다 보니 뛸 기회가 줄었다. 김태형 신임 감독은 두산 특유의 색깔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두산에는 오재원·정수빈·민병헌·허경민 등 달릴 수 있는 선수들이 여전히 많다. 
전력 보강은커녕 유출만 심했던 KIA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구체적인 야구 색깔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김기태 감독이지만 LG 시절 주루를 살리는 편이었다. 2012~2013년 LG는 팀 도루 2위와 5위였다. 김 감독은 KIA 취임 이후 팀 내에 발 빠른 선수들이 누구인지 체크하기도 했다. 안치홍·김선빈의 공백으로 팀 타선의 약화가 예상되는 KIA는 결국 기동력으로 공격력을 보완해야 할 팀이다.  
물론 과감한 도루와 주루에는 부상 발생과 체력 저하의 위험성이 따른다. 팀 색깔에 따라 굳이 주력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하위 5개 팀이 처한 상황에서 해법은 발이다. 과연 발야구가 반격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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