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상승세, 신영철 칠판에 비결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2.05 06: 45

‘교만’
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훈련장에 있는 자신의 칠판에 두 글자를 적어 넣었다. ‘교만’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팀 분위기를 가다듬기 위한 리더의 짧고 굵은 메시지였다. 상승세에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앞을 내다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국전력은 이날 경기 전까지 5연승 중이었다. 직전 경기였던 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는 짜릿한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리그 최고의 팀을 잡았다는 점, 그리고 창단 이래 최다 연승 기록을 썼다는 점에서 들뜰 수 있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경계했다. 신 감독은 “우리는 완성된 팀이 아니다. 하나가 어긋나면 다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교만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감독의 뜻을 선수들이 잘 이해했을까. 선수들도 크게 들뜨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광인은 “삼성화재를 이긴 후 ‘우리도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기억도 있고 이런 연승 자체가 처음이다. 할 때는 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신 감독이 칠판에 적은 메시지를 보며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그 메시지는 6연승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한국전력은 4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쥬리치가 20점, 그리고 전광인이 15점을 보탰다. 3세트에서는 우리카드의 반격이 다소 주춤하기도 했지만 끈끈한 수비와 확률 높은 공격이 어우러지며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5연승, 그리고 상대가 비교적 약체라는 요소가 가져다줄 수 있는 자만과 방심은 없었다. 신 감독도 경기 후 환한 미소로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칭찬했다.
신 감독은 원칙을 중요시하는 지도자다. 선수들을 강한 훈련으로 몰아붙일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들을 존중하는 지도자다. 외박이나 외출 약속은 미리 정해 놓는다. 그리고 구단의 긴급 사안이 없을 경우는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그 약속을 지킨다. 또한 좋은 글귀를 찾아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다잡기 위해 노력한다. 전광인은 “‘투지가 기술을 이긴다’ 라는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좋은 글귀를 많이 써주시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한국전력은 이제 ‘봄배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카드전 승리로 창단 이래 최다승인 6연승을 기록하면서 3위 자리에 올라섰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신 감독이 승부처로 뽑은 5라운드 남은 일정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방심은 없다. 신 감독부터가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대비한다는 심산이다. 신 감독은 4일 경기가 끝난 뒤 “다음 경기를 앞두고 칠판에 적을 글귀를 고민해 봐야겠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며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칠판에 적힐 다음 단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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