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는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들이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쥬리치(한국전력, 212㎝), 폴리(현대건설, 197㎝)의 활약 속에 두 팀도 동반 봄배구에 대한 꿈에 부풀고 있다.
현대건설과 한국전력은 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정규시즌 5라운드 경기에서 각각 GS칼텍스와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승점 3점을 챙겼다. 승점 3점의 의미는 이날따라 더 컸다. 현대건설은 한국도로공사를 제치고 중간순위 1위를 탈환했다. 6연승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탄 한국전력은 기어이 대한항공을 밀어내고 3위 자리에 올랐다.
여자부는 현대건설, 도로공사, 그리고 IBK기업은행의 선두 다툼이 치열하다. 남자부는 대한항공, 한국전력, 현대캐피탈이 벌이는 3위 싸움이 키 포인트다. 이날 승리로 두 팀이 이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주역은 폴리와 쥬리치였다. 폴리는 서브 에이스 6개를 포함, 34점을 폭격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쥬리치도 56.67%라는 높은 공격 성공률과 함께 20점을 기록해 역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감독들이 미소를 지을 법한 경기였다. 막판 레이스를 앞두고 주포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뚜렷한 상승세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여자부 최고 외국인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던 폴리는 최근 경기에서의 모습이 썩 좋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고전한 이유 중 하나였다. 쥬리치는 레오(삼성화재), 시몬(OK저축은행), 산체스(대한항공)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3위권 도약을 노리는 한국전력의 마지막 퍼즐은 초반까지만 해도 그 힘이 약해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력의 반등 양상이 뚜렷하다. 폴리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양철호 감독은 “차라리 지금쯤 한 번 떨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4일 경기 후에는 확신에 찬 목소리도 “이제 올라가는 일만이 남았다”라고 자신했다. 힘과 높이에 의존하다 다소간 페이스가 처졌는데 이제 이를 극복하는 요령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이 상승세가 당분간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건설 벤치의 계산이다. 그렇다면 현대건설은 순항의 가장 큰 조건을 갖출 수 있다.
계속해서 공격 성공률이 올라가며 한국전력의 믿을맨으로 거듭나고 있는 쥬리치도 마찬가지다. 신영철 감독은 “쥬리치의 상승세 비결은 아직 비밀”이라며 웃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 양상에 다소 민감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팀 배구에 잘 녹아들며 엇박자를 내는 빈도가 줄었다. 기본적인 높이와 힘은 있는 만큼 지금처럼 활약할 경우 반대편에 위치하는 전광인의 발걸음도 가벼워질 수 있다.
프로출범 이후 꾸준히 한 지붕에 속해 있는 두 팀이 동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2011-2012 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강호로 군림했던 현대건설에 비해 한국전력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2012 시즌에도 한국전력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음을 고려하면 올 시즌 진정한 동반 봄배구의 꿈이 익어간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두 팀의 외국인 선수가 그 중심에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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