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스타' 심영성, "절실함을 갖고 운동장에 선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2.05 08: 58

한때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과 함께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였다. 2006년 U-19 아시아선수권대회서 5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듬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브라질전서도 골을 터트리며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프로무대에서도 잘 적응하며 커나가던 심영성(28, 제주)의 이름이 사라진 것은 부상 때문이었다. 2010년 1월 10일 당한 교통사고로 그의 축구인생은 망가졌다. 오른쪽 무릎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선수 생활은커녕 일반인으로 생활하기에도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섯 차례의 수술로 만신창이가 된 무릎을 부여잡고 재활하기를 1년 4개월.
2011년 하반기에 기적적으로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떨치기는 어려웠다. 옛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그는 2012년 제주에서 반 시즌을 뛰다 강원으로 임대 이적해 시즌을 마쳤다. 이후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또 한번 이름이 사라져갔다. 그는 공익근무를 하면서 4부리그인 챌린저스리그 포천시민축구단에서 뛰며 축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복무를 마친 후 그는 다시 친정팀 제주로 돌아왔다. 제주는 재기가 불투명한, 4부리그에서 뛴 추억의 스타를 기다려줬다. 심영성도 험난한 여정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굳게 다잡고 있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서 만난 심영성은 “하루하루 감사하며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험난한 축구인생이 한 마디 말에서 느껴졌다. 적지 않은 공백이 있지만 심영성은 여전히 탁월한 볼 감각과 센스를 자랑했다. 중원과 전방을 넘나들며 날카로운 패싱을 선보였고, 슈팅도 살아있었다. 상크 갈렌(스위스)과의 연습경기에서 정확한 침투패스로 배기종의 골을 도왔고, 토르페도(그루지아)전서는 골을 넣으며 결정력도 자랑했다.
심영성은 “지금은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절실함을 갖고 운동장에 선다”고 말했다. 부상 이전처럼 완벽한 몸상태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음을 스스로도 잘 안다. 그래서 더더욱 훈련에 매진한다. 꽉 짜여진 팀 훈련 일정에도 틈을 내서 개인 운동을 한다. 심영성은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지난 시간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체력과 근력을 더 끌어올리는데 자투리 시간을 쏟고 있다. 조성환 감독도 이런 심영성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올 시즌 팀에서 충분히 좋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영성은 “심한 부상을 당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4부리그에서 뛰었어도 다시 1부리그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런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축구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옆을 지켜주며 힘을 주는 가족에게도 당당한 남편과 아빠가 되고 싶다. 2013년에 결혼한 아내 정소미씨와 이제 10개월 된 딸 지유는 막 서귀포로 이사를 와서 아빠가 건강하게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4일밤 안탈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심영성은 곧장 제주도로 내려갔다.
“팀에 다시 복귀해보니 어느새 고참뻘이 돼 있네요. 부상당하기 전이라면 두 자릿수 골을 넣겠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경기장에 서는 것만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젠 후배들이 흔들릴 때 바로잡아주는 선배의 역할을 해야할 때네요. 우리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멤버 중의 하나였다면 만족합니다.”
숱한 시련을 딛고 고향팀 제주로 돌아온 심영성의 축구인생 제2막이 이제 시작된다.
dolyng@osen.co.kr
터키 안탈리아=공동취재단.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