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많은데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자연히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총성도 울렸다. SK 선발진 진입을 노리고 있는 후보들이 시작부터 힘차게 뛰어 나가고 있다.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SK는 4일(한국시간) 첫 홍백전을 가졌다. 첫 홍백전인 만큼 경기 결과나 개인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다. 다만 투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홍백전이었던 만큼 투수들의 구위는 관심사였다. 결과는 좋았다. 1이닝 20구 이내로 투구수가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대다수의 투수들은 좋은 컨디션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했다.
김용희 감독은 “지금 현재는 투수가 야수보다 컨디션 부분에서 앞서있다고 생각한다. 타자들이 보는 실제 투구는 본인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빨랐을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고 예상했던 결과”라고 이날 경기를 평가했다. 컨디션이 올라오는 속도가 좀 더 빠른 투수들의 성적이 표면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점수가 2점밖에(백팀 2-0 승) 나지 않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구위가 올라오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랐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올 시즌 마운드 운용의 긍정적인 면을 확인했다. 특히 선발감으로 분류되는 투수들이 그랬다. 홍팀 선발로 나선 윤희상은 1이닝 무실점, 이어 던진 여건욱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백팀 선발 백인식은 가장 빛난 선수였다. 최고 147㎞의 강속구를 던지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마무리캠프부터 좋았던 몸 상태를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백팀 마지막 투수인 문광은도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
SK는 올해 선발 자원들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이스’ 김광현이 국내 잔류를 선언했고 검증된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와 재계약했다. 지난해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던 우완 에이스 윤희상도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까지 선발 4명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경험을 통해 성장한 여건욱 문광은이 선발진 진입을 노리고 있고 2013년의 신데렐라였던 백인식은 연일 무력시위다. 채병룡은 여전히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유력 후보이며, 좌완 쪽을 바라본다면 베테랑 고효준도 대기한다.
이처럼 경쟁률이 치열하다보니 선수들의 마음도 급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선발진 진입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으며 굵은 땀을 흘려왔다. 저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도 이어졌다. 특히 선배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젊은 선수들이 그랬다. 백인식은 부상을 떨쳐내고 몸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고 여건욱은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문광은은 체인지업 연마를 선언하는 등 모두의 업그레이드가 기대되는 양상이다.
이를 바라보는 김용희 감독도 ‘6선발 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전력 극대화 구상에 여념이 없다. 다만 오버페이스는 경계 중이다. 어차피 시즌은 3월 시작된다. 지금 몸 상태가 너무 좋아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너무 빨리 올려도 걱정"이라고 했다.
김 감독도 “투수들에게 너무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고 주문했다. 진짜는 홍백전도 아닌, 오키나와 연습게임도 아닌 3월 28일부터다”고 이야기했다. 돌려 말하면, SK의 선발진 경쟁은 3월 28일까지 계속될 것임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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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은-여건욱-백인식(왼쪽부터).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