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 냉정한 승부사였던 외국선수들이 경기 후 눈물을 글썽거렸다. 전자랜드 경기 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천 전자랜드는 4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전주 KCC에 79-77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단독 6위로 올라선 전자랜드(21승 22패)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경기 후 전자랜드 팬들이 복도에서 케이크를 사들고 테렌스 레더를 기다렸다.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날 출전으로 레더는 KBL 정규시즌 통산 301번째 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역대 외국선수 중 1위 애런 헤인즈(329경기), 2위 조니 맥도웰(317경기)에 이어 3위에 해당되는 대기록이었다.

코트위에서 승부욕이 대단한 레더지만 팬들 앞에서는 여린 사슴이었다. 울컥한 레더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나도 모르던 기록이다. 이렇게 축하를 받을 줄 몰랐다. 인천 팬들이 정말 최고다. 같이 사진을 찍자”면서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깜짝이벤트는 또 있었다. 이날 4쿼터 18점을 넣으며 대활약한 포웰(35점, 13리바운드)은 같은 경기서 정규시즌 통산 200번째 경기에 출전했다. 역대 KBL 외인 중 단 10명만 달성한 대기록이었다. 올 시즌 주장을 맡고 있는 '포주장'이기에 팬들에게 의미가 더 각별했다.
슈퍼맨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포웰은 다정하게 팬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어 “꼭 케이크를 집에 가져가서 다 먹겠다”며 “팀에서 원한다면 언제든 슈퍼맨이 될 것”이라고 감동한 표정이었다.
경사는 또 있다. 전자랜드가 다음 경기서 이기면 유도훈 감독이 정규시즌 통산 200승을 달성하게 된다. 포웰은 “매 경기를 이기려고 한다. 감독도 이기고 싶고 나도 이기고 싶다. 200승은 많은 승리다. 감독님이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유도훈 감독님은 정말 좋은 감독이고 존경하고 있다. 나에게 큰 형님이다. 최선을 다해서 이기겠다. 기회를 주시면 리더로서 내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런 훈훈한 장면도 올 시즌이 마지막이다. KBL은 다음 시즌부터 외국선수 2명이 코트에 동시에 뛰도록 규정을 바꿀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시즌 활약하는 모든 외국선수는 소속팀과의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전자랜드에서만 뛰었던 포웰이 다시 KBL에 오더라도 전자랜드로 온다는 보장이 없다. 유독 포웰에게 정이 많이 든 인천 팬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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