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캠프]초유의 연이틀 휴일에 담긴 KIA의 변화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2.05 15: 24

요즘 KIA의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보면 훈련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들이 많다. 감독, 코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진지하면서도 아주 재미있게 훈련한다는 것이다. 훈련장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고된 훈련에도 불평 불만이 없다고 한다. 와서 직접 보니 실제로 그렇다. 그만큼 서로를 신뢰하고 믿는 분위기가 됐다.
그 일례가 4일과 5일 연이틀 휴식일 사건이었다. KIA는 오키나와 훈련은 '사흘훈련 하루휴식'의 일정이다. 물론 훈련 농도를 본다면 나흘훈련이나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시간만 본다면 많은 훈련이 아닌 것 같다. 대개 나흘 훈련 하루 휴식이 기본이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이틀 훈련 이틀 휴식'의 스케줄이 주어진 것이다.  
지난 4일은 휴식일이 아닌 훈련일이었다. 오전에 비가 내렸다. 아주 많은 비는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훈련이 가능했고  날씨도 개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훈련장인 킨스타디움에 도착한 김기태 감독은 전격적으로 "훈련하지 말고 쉬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면 통상적으로 다음날(5일)은 훈련한다.

여기서 김 감독은 휴일로 정한 날은 예정대로 쉬도록 했다. 일요일은 일요일이라는 원칙이다. 왜 그랬을까?  감독들은 훈련시간을 천금보다 귀중하게 생각한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눈감고 하루를 몽땅 내 던졌다. 이유는 선수들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일과시간 이후 자율적으로 펼치는 '자아발전' 훈련을 소화할 뿐더라 시키지도 않는데 그 시간을 늘려서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적 훈련량을 보자면 초과 상태인 셈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약속을 지키면 반드시 보상을 주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은 스스로 훈련량을 늘리는 것을 보고 한번 배려를 해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통 크게 하루를 그대로 쏘았고 이틀연속 휴일을 안겼다. 6일부터는 실전모드에 들어가는 점도 계산에 넣었다. 
그런데 또 다른 반전이 숨어있었다. 김 감독의 휴식일 지령을 선수들이 따르지 않은 것이었다. 감독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아발전 시간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고 필요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구슬땀을 쏟았다. 타자들은 배팅 훈련을 소화했고 투수들은 스스로 볼을 던지면서 훈련을 했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순전히 자기 훈련을 펼친 것이다.
김 감독의 배려에 선수들은 많은 훈련으로 화답을 한 셈이다. 아마도 김 감독은 캠프를 시작한 이래 그 어느 날 보다 기분좋은 하루였고 선수들이 고마웠을 것이다. 선수들 역시 뿌듯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스로 할 것은 다할 뿐더러 쉬라고 해도 훈련을 하는 모습. 그 바탕에 짙게 깔려있는 서로에 대한 믿음. 이것이 2015년 2월 KIA 선수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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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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