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밴드가 찾은 한국 록의 정체성..진정성이 답 [종합]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5.02.05 16: 24

김창완 밴드가 정규 3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오랜 내공을 쌓아 오면서도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는 김창완 밴드는, 많은 것을 내려 놓고 단지 진정성을 담은 음악으로 돌아왔다.
김창완 밴드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상상마당 홍대 라이브홀에서 세 번째 정규앨범 ‘용서’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이날 김창완 밴드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중2’, ‘용서’의 라이브 무대를 꾸몄다. 록커 김창완의 카리스마가 빛남과 동시에 밴드 자체의 진정성과 호소력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공연 후 김창완은 “이 앨범은 지난 앨범들과 차별화가 된다. ‘버스’는 김창완 밴드의 첫 앨범이었는데 그때는 조금 강박적이었다. 막내 사고 이후에 분노랄까, 몸부림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분홍굴착기’ 때 희생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각오였다면, 이번 앨범은 명실공히 김창완 밴드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창완은 음악 인생을 꾸준히 해오면서도 음악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는 “앨범이 거듭되면 ‘뭘 부를까’ 보다는 ‘왜 부르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내가 데뷔하고도 10년이 넘게 내 소개를 ‘저는 가수입니다’라는 말이 안 나왔다. 20년쯤 지나니까 어린이들이 ‘배우 아니세요?’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라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하는 것이 음악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음악 활동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창완 밴드가 이날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용서’는 희망과 소통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 타이틀곡 ‘중2’는 흔히 ‘중2병’이라 부르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태도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희망과 소통만을 강조하는 현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비유해 ‘용서를 통한 소통의 장’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전과는 다른 독특한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김창완은 “이전에 사회 비판을 담은 콘셉트 앨범을 많이 했다면 이번 앨범 ‘용서’에는 아주 개인적인, 너와 나 사이에 관계를 회복해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늘 청춘에 대해 노래했다. 이제 그것을 내려놓고 ‘내 나이에 맞는 옷을 입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달라진 이유를 얘기하기도 했다.
김창완 밴드, 그리고 많은 록 음악가들에게 질문이 가는 ‘한국 록의 정체성’. 김창완은 “데뷔 당시부터 질문을 받아 왔던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어떤 게 한국 록이라고 보이기가 어려웠다. 산울림 초창기에도 여러 시도가 있었는데 늘 미흡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한국 록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답을 찾아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쇼케이스에서 처음 선보인 곡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실제 녹음에 함께 했던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피리와 거문고의 소리에 해금, 그리고 드럼과 기타 등 키보드 등 밴드 음악이 얹어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김창완은 “1978년에 발표된 곡인데 좋은 팀과 만나 함께 다시 만들어봤다”며,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는 록의 소리에 지평을 넓힌 곡이다. 국악을 함께 해 지평을 넓혔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진 타이틀곡 ‘중2’의 무대는 힘이 넘치고 박력 있었다. 가사에는 마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창완은 “중2의 태도를 힐난하는 것 같지만, 중2에게 내미는 화해의 제스처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곡을 쓰고 실제 중2에 가사를 보여줬더니, ‘다 비슷한데 중2는 이렇지 않아요’라고 하더라. ‘이 노래 가사대로 하면 이건 중3이에요’라고 했다. ‘중3이나 돼야 뭘 하겠다, 가겠다, 말겠다 하는 것이 생긴다’고 하더라. 가사 중간에 ‘내가 가고 싶은 세상에 갈거야’ 이런 가사가 있는데 이게 실제 중2에게는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기도 했다.
 
끝으로 또 하나의 타이틀곡 ‘용서’의 무대. 여기에는 트럼페터 배선용이 피처링 참여해 록에 또 다른 색깔을 입혔다. 잔잔한 분위기 안에서 ‘힘이 들면 말을 하지 왜 그랬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라는 위로하는 가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왠지 애틋하게 했다. 김창완 밴드는 이번 앨범을 통해 마음 속에 응어리진 고통을 ‘용서’로 풀어내 가슴 깊이 닿는 음악을 만들어 냈다.
이날 ‘아직은’의 영상 역시 공개됐다. 뽕기가 들어간 듯한 리듬과 내지르는 듯한 김창완의 목소리, 전체적으로 어두운 감성이 묘한 조화를 이뤘다.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총 네 곡이 모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김창완 밴드의 내공을 인정하게 했다.
한편 김창완 밴드는 오는 12~14일 서울 대학로 공연 후 다음달 21일, 28일 서울 홍대와 춘천 KT&G 상상마당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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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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