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27)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일본 J리그 고베로 이적할 예정이었다.
지난 2003년부터 FC 서울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이적을 통해 점차 더 큰 무대로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고명진은 최용수 감독의 조언을 듣고 이적을 미루기로 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2차 해외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FC 서울 최용수 감독은 5일 “명진이는 중동 팀들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모든 팀들이 주목하는 큰 선수다. 그래서 명진이에게 서울에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곳에서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이 말에 고명진은 동의했다. 고명진은 “감독님이 1년 정도 하면 더 좋은 클럽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며 이적을 미룬 배경을 설명했다.
내친 김에 고명진은 2015 시즌 FC 서울의 주장을 맡기로 했다. 최 감독은 최근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고 동료와 선후배들을 잘 이끌어 줄 것을 당부했다.
고명진은 지난 시즌엔 주장 김진규를 돕는 부주장 역할을 했다. 해외로 이적하려던 마음을 돌린 이유를 그라운드에서 찾고자 고명진은 더 큰 책임감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고명진은 “주장은 부담감을 갖고 경기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큰 부담감을 품지 않고 경기장에서 제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게 옆에 있는 동료들을 도와주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명진은 지난해까지 207경기에 나서 13골 15도움을 했다. 최용수 감독을 부르는 호칭도 여러번 변했다.
고명진은 “처음엔 감독님을 형이라고 부르다가 코치라고 불렀고, 그러다 또 감독님이라고 부르게 됐다. 조금 어색했는데 지금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FC 서울엔 김용대, 정조국, 김치우, 김진규 등 고참들도 많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다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는 “우리팀 형들은 후배들을 많이 도와준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의견을 따로 내지 않고, (후배들의) 힘을 덜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명진은 “미드필더라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도록 하겠다. 경기운영 컨트롤과 소통을 위해 말도 많이 하겠다”고 했다.
주장을 맡게된 만큼 팀의 2015 시즌 성적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내다보고 있다. “괌에서 체력훈련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괌에 이어 일본에서도 연습경기 등을 통해 잘 준비하고 있다”면서 “ACL 무대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준비한대로 잘 풀어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최용수 감독은 “고명진이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팀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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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