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늘 KBS 2TV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윤수정 연출 윤성식 차영훈)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서인국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칭찬을 받고, 이상적인 군주를 꿈꾸는 광해의 성장기를 담은 내용이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늘 아쉬운 부분은 2% 부족한 시청률이었다.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시청률 수치가 점층적으로 상승해 온 것은 사실이나 호평에 비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경쟁 상대들이 워낙 막강했던 데다 이래저래 타이밍도 좋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 5일 종영한 ‘왕의 얼굴’에서는 가희(조윤희 분)의 도움을 받아 결국 왕위에 오르는 광해(서인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간 선조(이성재 분)의 후궁으로 사랑을 받아 온 가희는 광해가 세자의 자리에서 폐위되기 직전, 선조에게 약을 먹여 그를 독살했다. 그에 따라 가슴앓이를 했던 광해는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다만, 아버지의 죽음이 가희 탓임을 알게 된 그는 “용서할 수 없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였다.
임금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광해는 왕좌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가장 큰 적은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도치(신성록 분). 중전(고원희 분), 임해군(박주형 분) 등과 한 패를 이룬 도치는 여전히 용상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제 발로 광해를 찾아오는 대범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보란 듯이 광해 앞에서 용상에 앉아있던 그는 “내가 (용상에 앉을) 자격이 없다면 광해 너는 자격이 있느냐”며 “너는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그것들은 난 아무것도 갖지 못한 채 태어났다. 하여 이곳까지 오는 데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한데 어찌 네가 함부로 내게 자격이 없다 말하는가”라고 신분제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광해는 “네 놈은 그 자리가 온갖 권세와 특권을 누리는 자리로 보이더냐? 그 자리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다. 해서 돌아가신 선왕이 그리 번뇌하셨고, 나 역시 지금 이리도 두려워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네가 그 자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격이 없는 것이다”라고 임금의 자리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설명했다.
결국 도치는 광해의 칼에 죽음을 맞이하고, 광해는 왕에 올랐다. 성군의 자질이 충분한 그는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내는 대동법을 시행해 백성들의 어려운 삶을 돕고자 했다. 또 그는 어느새 심복으로 성장한 허균(임지규 분)에게 “내가 성군의 길을 가지 못할 때에는 자네가 잊지 말고 나를 한없이 질타해주게. 나를 채찍질해줘야 한다”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용안을 지켜보겠다”는 허균의 다짐에 그는 “내 얼굴이 아니라 백성들의 얼굴을 봐야하네, 백성들의 얼굴이 바로 군주의 얼굴 일세”라며 끝까지 백성을 생각하는 어진 임금의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왕의 얼굴’은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로 자란 광해의 성장기를 끝까지, 묵묵하게, 그려내며 뭉클한 감동을 줬다.
이 드라마가 사실에 극적인 장치 및 스토리를 덧입힌 ‘팩션’ 사극임에도 재미 뿐 아니라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을 통해 ‘진정한 임금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 던지는 일을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흔한 ‘감성’. ‘팩션’ 사극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 보통의 ‘감성 팩션’ 사극은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방점을 두지만, ‘왕의 얼굴’만큼은 진정한 ‘왕의 얼굴’을 찾기 위한 여정을 오롯이 가며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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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