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선발진과 타선을 보유한 두산 베어스의 약점은 불펜이라는 지적이 많다.
장원준이 합류한 선발진은 기존의 더스틴 니퍼트, 유희관, 유네스키 마야까지 4명의 검증된 투수로 구성되어 있다. 5선발 카드만 찾으면 준수함을 넘어 압도적일 수도 있는 선발진이 완성된다. 포수 자리와 내, 외야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화수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불펜은 약해지기만 했다. 팀 내 불펜투수들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던 이용찬과 홍상삼은 각각 상무와 경찰청에 입대했고, 장원준의 보상선수가 된 정재훈이 롯데로 떠나는 예상치 못한 출혈도 있었다. 마무리는 물론 믿을만한 셋업맨까지 동시에 잃었다.

현재 불펜투수들 가운데 세부 보직까지 확정된 선수는 윤명준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61경기에서 7승 3패 16홀드,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한 윤명준은 잦은 등판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두산에서는 가장 신뢰받는 셋업맨이다. 오현택의 자리가 불펜 내에서도 셋업맨 혹은 추격조, 접전 상황에 투입되는 필승카드 등으로 다소 유동적일 수 있는 데 반해 윤명준은 8회에 나오는 셋업맨으로 고정될 것이 유력하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만큼이나 셋업맨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 등이 경쟁 중인 5선발 레이스에서는 마무리투수도 배출될 예정인데, 김 감독은 윤명준을 마무리로 고려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셋업맨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 던질 때도 많다. 윤명준은 셋업맨으로 고정할 생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명준이 불펜의 핵심으로 선 가운데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 중 5선발이 되지 않는 2명, 그리고 전천후 임무를 맡았던 오현택이 올해 두산 불펜의 주요 멤버가 된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져야 숨통이 트인다. 어떤 선수들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두산 타자들은 지난 5일(한국시간) 처음으로 라이브 배팅을 실시했는데, 도우미로 나선 투수들이 눈길을 끌었다. 김강률과 장민익, 최병욱, 함덕주는 변화구 없이 빠른 공만 40개씩 던지며 타자들을 도왔다. 실전도 아니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구속은 각자의 최고구속에 비해 크게 낮았다. 최병욱과 함덕주가 140km를 찍었고, 장민익은 142km를 기록했다. 김강률만 149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졌을 뿐이었다.
이 넷은 저마다 강속구를 던지는 불펜의 영건들이라는 점 외에도 아직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들 중에서는 1988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김강률이 2008년 34⅓이닝(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88)을 던진 것이 한 시즌 최다이닝이다.
변수가 될 이들이 1군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두산의 불펜이 살아난다. 벤치에서 봤을 때 윤명준과 오현택은 이제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됐다.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김강률과 장민익, 최병욱은 모두 150km를 던질 수 있다. 좌완 함덕주도 140km대 중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갖췄다. 성장하면 장차 선발만큼 무서운 불펜도 구성될 수 있다. 젊은 강속구투수들이 두산 불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