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그런 선수가 쉽게 나오겠습니까. 프로 역사에 남을 선수인데요."
롯데 자이언츠 투수코치 염종석(42)은 프로야구에 전설을 남겼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입단, 데뷔 첫 해부터 35경기에 출전하며 17승 9패 204⅔이닝 평균자책점 2.33으로 리그를 말 그대로 주름잡았다.
완투만 13번이었고 완봉 2번,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않아 세이브도 6번이나 있었다. 금테 안경을 쓴 앳된 얼굴의 고졸신인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선배들을 연거푸 돌려세웠다. 그 해 MVP는 장종훈이 가져갔지만, 염종석은 신인으로는 최초로 신인왕과 투수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수상한다. 그리고 그 해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신인투수 염종석의 아성을 넘은 선수가 등장하기까지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 바로 류현진이 그 주인공. 류현진은 신인왕과 투수 골든글러브, MVP까지 싹쓸이했다. 염종석과 류현진의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시리즈 우승 여부였다. 염종석은 신인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류현진은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부상이다. 염종석은 일본 구단의 러브콜도 뿌리친 채 롯데에 남았지만 부상에 시달리며 신인때와 같은 성적은 다시 기록하지 못한 반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 또 다른 신화를 쓰고 있다.
2008년 은퇴 후에도 롯데에 남아 여러 코치를 역임했던 염종석은 올해 처음으로 1군 메인 투수코치가 됐다. 이종운 감독은 "염종석 코치가 공부도 굉장히 많이 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한 코치다. 그래서 올해 우리 팀 투수들을 맡기기로 했다"고 투수코치 임명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염종석 코치의 당면과제는 마운드 재건. 롯데는 여전히 선발투수 2자리가 공석이다. 이종운 감독은 "모든 투수들이 선발 후보"라고 공언했지만, 내부적으로 우선순위는 정해뒀다. 선발 경험이 있는 1군 우완 필승조 불펜투수들이 먼저 기회를 받고, 그 다음으로 작년까지 5선발 자리를 오갔던 선발 유망주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염종석 코치가 맡은 또 하나의 임무는 젊은 투수 육성이다.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신인투수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육성을 위해 구단은 육성부문에 투자를 약속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올해 성적을 위해서라도 젊은 투수의 등장이 필요하다.
'제 2의 염종석'이 과연 롯데에서 등장할 수 있을까. 염종석 코치는 "일단 신인 선수들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면서 쑥쓰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이종운 감독 역시 "프로 역사에 남을 선수인데 어디 쉽게 나오겠냐"며 웃었다.
올해 롯데에 입단한 신인투수는 모두 6명이다. 텍사스 출신 안태경이 2차 1라운드였고 차재용(2라운드), 석지형(4라운드), 김훈호(6라운드), 배제성(9라운드), 손준영(10라운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실 '제 2의 염종석'이 아니라, 1군 붙박이 신인투수만 나오더라도 올해 롯데 신인농사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어떤 얼굴이 롯데 마운드에 등장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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