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변화의 바람이 분다. 젊은 선수들이 최고·최신 시설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유망주 무덤’이라 불리던 LG 트윈스 팜이 이천 시대를 맞아 비옥해지고 있다.
현재 LG 2군·육성군 선수들은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2015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2군은 오는 10일부터 대만 자이 전지훈련을 통해 실전을 치른다. 지난 5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신경식(54) 2군 타격코치는 “이제는 우리도 옆집(두산)처럼 ‘화수분 야구’를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전했다.
-선수들이 정말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도자로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한다. 그런데 확실히 시설이 좋은 만큼, 선수들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LG에 온지 올해로 3년째인데 사실 지난 2년 동안 구리에선 선수들이 개인훈련을 하기 힘들었다. 비가 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재작년에 들어온 선수들보다 작년 10월에 들어온 올해 신인들이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는데 이천과 구리의 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도 정말 많이 놀라고 있다.”
-달라진 환경과 시설이 벌써부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구리는 할 수 있는 게 정해져있었다. 구리에서 1군 선수를 만드는 데 5년이 걸린다면, 여기서는 2, 3년이라고 본다. 2년은 줄어들 것이다. 훈련량부터 많아졌다. 선수 성장은 결국 훈련량에서 좌우되기 마련이다. 이천은 구리보다 3, 4배 더 할 수 있다. 구리는 야간 훈련도 안 되고,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30분 거리였다. 여기는 얼마든지 남의 눈치 안 보고 개인 훈련할 수 있다. 선배든 후배든 넓은 공간을 활용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구리에선 훈련을 많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여건인데 이 곳은 다르다. 선수와 코치들이 한 건물 안에서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맨투맨 지도가 가능하다.”
-LG 2군도 1군처럼 최근 성적이 좋다.(2013시즌 43승 40패 9무:북부리그 3위, 2014시즌 46승 34패 10무 북부리그 2위) 이천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수들이 좋아지면 팀 성적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우리가 모아온 선수들의 재능이 터지는 타이밍이 된 것 같다. 현재 1군을 서포트하고 있는 최승준 채은성 황목치승 백창수 등으로 인해 2군이 강해졌다. 2군에서 고생했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타이밍이 온 것이다. 올해 2군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 앞으로는 1군과 2군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매년 2군에서 1군 선수 2, 3명을 만드는 것은 힘들다. 그래도 1년에 최소 1명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구단주님도 ‘화수분’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옆집 두산처럼, 우리도 앞으로는 언제든 1군에 공백이 생겼을 때 2군 선수로 메울 수 있다. 이 시설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옆집처럼 화수분 야구를 할 수 있다.”
-두산 전신 OB에서 선수생활을 하셨고, 2009년부터는 3년 동안 두산 타격코치를 맡으셨다. 그만큼 두산의 화수분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 같다.
“일단 두산은 LG보다 먼저 2군 시스템을 갖췄다. 이천 베어스파크를 만들면서 육성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두산 2군의 경우, 숙소 생활하는 선수들은 보통 선수보다 2, 3배 연습량이 많다. 코치들이 붙어서 개인지도를 한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은 특별관리에 들어가 오직 야구만 생각하게 만들었다. 타격 수비 주루 등 파트별로 세분화 시켜서 재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보다 두산이 빨리 선수들을 성장시켰던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두산이 했던 것을 우리도 할 수 있다. 김동수 감독님께도 말씀을 드렸다. ‘2년 전 2군을 지도했을 때는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느렸는데, 이제는 빨라졌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현재 LG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 차후 두산처럼 2군 경쟁체제를 확립, 숙소 생활하는 선수들과 출퇴근하는 선수들을 나눌 수도 있는 건가?
“일단 우리는 30세 미만 선수들은 모두 숙소 생활을 시키고 있다. 반면 두산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따로 선별해 숙소 생활을 시킨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경쟁체제를 생각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타성에 젖거나 숙소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절실함을 느끼게 하도록 코치들과 논의 중이다. 시스템을 (경쟁체제로) 바꿀 수도 있다.”
-성장세가 뚜렷한 만큼,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선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타격코치니까 타격 쪽을 많이 보게 된다. 일단 양석환(2014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지명)을 기대하고 있다. 파워가 있고 스케일이 큰 선수다. 3루수인데 수비에선 좀 둔탁한 면이 있기는 하다. 경험이 쌓이면 수비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크게 될 자질이 보인다. 올해 신인 중에는 외야수 안익훈(2015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일반 고등학생 이상의 기량이 있다. 배트스피드, 임팩트, 컨택능력 모두가 좋다. 아직 실전에 나서지 않았지만 연습하는 것만 봐서는 굉장하다. 2군 선수 중 타격만 보면 양석환 다음이다. 올해 신인 중 안익훈 외에도 신민기(2015 드래프트 2차 9라운드)와 김승훈(2015 육성선수 입단)도 흥미롭다. 지도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선수들이다. 둘은 몇 년이 걸리겠지만 잠재력이 있다. 양석환과 안익훈은 올해 1군에서 공백이 생겼을 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외야에 공백이 생기면 안익훈, 내야에 공백이 생기면 양석환을 보고 있다.”
-안익훈은 고교시절 두산 정수빈과 비교되곤 했었다.
“수빈이가 신인일 때부터 지도했다. 수빈이는 자신의 발을 최적화시킨 타격을 했다. 연습보다 경기에서 더 좋았던 선수였다. 연습에선 수비에서 더 장점을 느꼈는데 막상 경기에서 타격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익훈이는 아직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지명 후 메디컬 테스트 결과 어깨가 조금 안 좋아서 못 데려갔다. 일단 훈련서 보이는 타격은 익훈이가 당시 수빈이보다 좋다. 파워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때리는 능력도 지녔다. 타격 재능만 보면 익훈이가 더 낫지 않나 싶다. 작은 키에 비해 파워도 있고 컨택능력도 있다. 스윙 메커니즘에 있어 몸쪽 공 대처 능력에 의문이 붙지만, 당장 폼을 바꿀 수는 없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느꼈을 때 하나씩 지도할 생각이다. 대만에서 경기를 뛰면서 많이 느낄 것이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형종에 대한 관심도 크다.
“형종이는 현재 육성군에 있다. 육성군으로 가기 전에 한 달 정도 봤다. 치는 것만 보면 투수였다는 느낌이 없다. 그 정도로 좋다. 파워도 있고 스윙 메커니즘도 상당하다.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면 타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많은 선수다. 처음에는 큰 타구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는지 스윙이 컸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야수 전향이 확정된 후 훈련을 제대로 시켰는데 지금은 스윙 메커니즘이 많이 정교해졌다. 이제는 투수가 아닌 만큼, 스스로 웨이트도 많이 하고 야수 훈련에 익숙해지고 있다. 물론 앞으로가 중요하다. 반복되고 지겨운 야수 훈련을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투수도 그랬겠지만, 야수도 똑같은 것을 계속 한다. 게다가 야수는 투수와 다르게 휴식도 없다. 투수는 한 번 던지고 나면 시간이 좀 있지만, 야수는 매일 부딪혀야 한다. 안 좋을 때도 계속 경기에 나간다. 형종이가 앞으로 이 부분을 얼마나 버텨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분명한 점은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은 타자라는 것이다.”
-여기서 훈련하는 선수 중 윤요섭도 눈에 띈다. 2, 3년 전만 해도 타격에 강점이 있었다.
“2013시즌 1군에서 홀로 포수로 나서다보니 무리했고, 지난해에 아팠다. 아팠는데도 너무 빨리 컨디션을 올리려다가 탈이 나서 2루 송구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욕심 안 내고 체계적으로 잘 하고 있다. 어깨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 중이다. 타격은 걱정하지 않는 선수다. 정말 훈련도 많이 하고 열심히 한다. 대만에 데려가서 후배들이 보고 배우도록 할 것이다. 장광호 배터리 코치와 이야기를 했는데 요섭이는 어깨 상태만 완벽해지면 오키나와에도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만 전지훈련이 기대될 것 같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27명의 선수가 전지훈련에 나선다. 원래 25명이었는데 구단에서 인원수를 늘려주면서 27명이 됐다. 투수 10명, 야수 17명이 대만으로 떠난다. 대만은 따뜻한 날씨에서 실전을 치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만 팀들과 6경기를 잡아놓았다. 경찰청이 가까운 곳에서 훈련하는데 상황 봐서 경찰청과 한 두 경기 정도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0일에 들어가서 17일부터 계속 실전을 치른다. 우리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