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탓일까, 애매한 포지셔닝 탓일까.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독일 디젤 후륜 세단 타도를 외치며 출시한 ‘아슬란’은 해가 지나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매한 포지셔닝에서 이유를 찾았다.
지난 2일 현대차는 청양해 1월 첫 달 실적표를 발표했다. 공개 즉시 국내 언론들은 국내 완성차 5개 업체들의 성적을 비교했고, 유일하게 현대차만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 중에서도 현대차의 포부가 대단했던 신모델 ‘아슬란’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슬란’의 1월 판매량은 1070대. 현대차 측에 따르면 1월까지 ‘아슬란’의 누적계약 수는 4200대이다. 연간 목표 판매량인 2만 2000대를 채우려면 매월 약 1800대를 팔아야 하는데 판매도 계약도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출시 전, 현대차는 사전계약을 통해 2주만에 2000대를 넘어섰다며 ‘아슬란’의 성공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0월 30일 출시 이후, 11월에는 1320대, 12월에는 992대가 팔려 총 2312대에 그쳤다. 출시 행사에서 밝힌 연말 목표량 6000대도 달성하지 못했다.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 디자인학과 교수는 ‘아슬란’의 포지셔닝을 지적했다. 구상 교수는 “디자인보다는 상품 콘셉트 자체의 문제”라며 “’아슬란’ 자체만으로 봐서는 디자인의 완성도는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그랜저HG’에서 라디에이터 그릴만 바뀐 수준인데, ‘그랜저’보다 1000만 원 이상 더 비싸게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쉐보레의 ‘임팔라’처럼 프리미엄은 아니지만 대형 전륜구동으로 콘셉트를 잡았다면 시장반응이 달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에쿠스’급 차체에 전륜구동으로 나왔다면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도 충분히 어필이 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희미한 존재감을 문제로 삼았다. “’아슬란’의 상·하위 모델이 너무 강해 존재감이 묻힌다”며 “디자인도 파격적이거나 전향적이지 못하고 평이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으며 가격과 제품 포지셔닝도 애매해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층을 벌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후륜 구동이 대세다 보니 전륜 구동 세단이 후륜 구동보다 못하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차이니 고객들께서 직접 경험해보면 반응이 다를 것”이라고 시승과 같은 체험 중심의 마케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판매에 탄력을 주고자 출시 3달만에 300만 원 할인을 하고 나서면서 프리미엄 이미지 추락과 함께 비난 여론까지 일고 있어 ‘아슬란’의 추후 판매가 쉬 오름세를 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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