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인식 전 한화 감독, “한화는 5강 전력” 관측 뒤에 도사린 것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02.06 11: 04

지난해 12월 8일,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이 일구회 시상식에서 만난 김기태(46) KIA 타이거즈 감독에게 넌지시 “선수 좀 달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주변에선 농담반 진담반으로 여겼다고는 하지만, 당사자인 김기태 감독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우리 팀에 선수가 어디 있습니까.”라며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가뜩이나 안치홍 등의 군 입대로 전력 누수가 심한 터에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 속이 어땠을까 짐작이 간다.
김성근 감독은 염경엽(47) 넥센 감독에게도 비슷한 제안을 했던 모양이다. 현금 트레이드라도 좋으니 선수를 달라는.
후배 감독들의 눈총을 무릅쓴 그 같은 김성근 감독의 ‘끝없는 선수 욕심’을 어떻게 봐야할까.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선수 욕심을 부리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옥석을 고르는 것이야 나중 일이고, 우선 비상시국에 대비해 최대한 자원을 많이 확보해 놓자는 것이니 무턱대고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올해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10개 구단 체제로 바뀌었다. 구단마다 지난해(128게임)보다 16게임이나 많은 144게임을 소화해야 한다. 그만큼 선수 수요가 늘어났다. 장기 레이스를 펼치려면 주전들의 부상에도 대비해야하는 등 2중, 3중의 안전망을 설치해야한다. 장거리 이어 달리기에서 두꺼운 선수층은 보이지 않는 효과를 낳는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김성근 감독의 선수 ‘채집(採集)’의 끈질김은 알아줘야 한다. 한화 지휘봉을 잡은 뒤 그는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은 물론 각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 가운데 활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에게 직접 전화 설득에 나서는 등 ‘작업’에 공을 들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배영수, 권혁, 송은범 같은 FA 투수들을 붙잡은 것을 비롯해 임경완(투수), 권용관(내야수), 오윤(외야수) 등 평가절하(?) 돼 있던 선수들도 끌어들였다. 그 과정에서 다른 구단과 마찰도 없지 않았다. 예전의 위력은 사라졌다지만 아직도 선발 투수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송은범의 경우 KIA의 40억 원 제안설을 뿌리치고 한화로 옮긴 이면에는 김성근 감독의 설득과 KIA 이상의 ‘홍당무’를 한화 구단이 건넸다는 게 정설이다.(송은범의 공식적인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34억 원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오윤도 당초 KIA 구단과 연봉 합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화로 진로를 틀었다.
어쨌든 김성근 감독의 선수 그러모으기는 SK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벌떼야구’ ‘현미경야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의 축적이라는 면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의 공세는 아울러 다른 구단의 전력 상승 요인을 저지하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한화 구단 내부로는,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어항 속을 외부 수혈로 휘저어 자연스레 경쟁체제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한화 구단은 공교롭게도 우리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지도자들을 차례로 시험무대에 올렸다.
김인식(68. 2005~2009년) 현 KBO 기술위원장과 김응룡(75. 2013~2014년) 전 해태, 삼성 감독에 이어 김성근(2015~2017년) 감독을 영입했다. 저마다 처했던 환경이나 상황이 달라 평가 잣대를 일률적으로 댈 수는 없어도 그들의 지도력을 간접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자못 흥미롭다. 
한화는 김응룡 감독에게 팀 재건을 맡겼지만,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 김응룡의 실험은 결과적으론 실패작이었지만 젊은 선수들을 발굴, 미래 기대치를 높이는 일정한 효과도 없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사실 한화의 ‘바닥장세’에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밑질 게 별로 없는 ‘장사’라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구단이 물량공세의 발판도 마련해줬다.
한화 구단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김인식 전 감독이 그래서 “일단 올해 한화는 멤버 상으로는 5강안에 틀림없이 들어야 될 멤버”라고 평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구단이 ‘눈높이를 어디에 맞추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우승이 목표”라고 선언하기는 했다. 그 말이 단순한 선언적인 표현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한화 감독 시절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로 달갑지 않는 소리를 들어야했던 김인식 전 감독은 “사실 그 때는 돈을 못 썼다. 쓸만한 투수가 없어 심지어 코치였던 지연규를 투수로 다시 쓰기도 했다”면서 “그렇지만 5년 계약 기간 중 WBC 감독을 맡았던 마지막 해(2009년)를 빼놓고는 해마다 승률 5할을 하는 등 그런대로 성적을 냈다”고 돌아봤다.
김인식 위원장은 “감독이 선수 욕심을 내는 것이야 당연하다. 그 대신 (나중에) 투자대비를 해봐야 할 것이다. 김응룡 감독이 돈 쓴 것, 김성근 감독이 돈 쓴 것을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그에 덧붙여 그는 “한화에서 바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투자했으면 우승을 바라는 것이냐, 바라는 대로 우승을 하자면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1군 감독의 육성, 리빌딩은 현실과 안 맞는 얘기다. 리빌딩은 팀을 말없이 서서히 바꿔가는 것이다. 30%, 30%, 30%, 즉 나이 많은 선수, 중견, 신인의 비율이 그렇게 혼합돼서 조화를 이루고 경기도 분담해야 이상적인 팀이다.  무조건 노장을 내치는 게 리빌딩은 아니다.”고 특유의 3, 3, 3 팀 구성 논리를 펼쳤다. 
한화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0명 선으로 올해 스프링트레이닝 선수단을 꾸렸다.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가 21명, 선수 61명(오키나와 잔류 9명 포함), 현장 지원인력 17명 등으로 당연히 훈련비용도 많이 늘어났다. 일본 고치를 거쳐 오는 15일에는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어차피 양 날의 칼이다. 투자에 비례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도자가 책임을 져야한다. 김성근 감독도 누구보다 그런 이치를 잘 알고 있을 터. 그의 지도력이 잠자던 한화의 잠재력을 일깨워 탈바꿈 시킬 수 있을지. 외부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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