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익숙했던 생활은 끝이다. 새로운 환경에 몸을 던져야 한다.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MLB)의 문을 두드린다. 플로리다로 향하는 강정호(28, 피츠버그)의 도전이 진짜 출발점에 섰다.
지난달 피츠버그와 4년 보장 1100만 달러, 5년차 옵션 포함 총액 16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5일(한국시간) 친정팀 넥센 선수들과의 송별회를 끝으로 애리조나를 떠난다. 정들었던 넥센 유니폼과 작별을 고하는 순간이었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 없이 바쁜 일정이 계속될 전망이다. 조만간 캐나다로 건너가 비자 문제를 마무리한 뒤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으로 합류할 계획이다.
강정호는 계약을 확정지은 이후 입단식도 마다하고 훈련에 임했다. 구단의 입단식 제의를 정중하게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MLB 선수들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든 뒤 스프링캠프부터 실전에 준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강정호는 구단에 양해를 구한 후 넥센 캠프에 합류해 몸만들기와 수비 적응 훈련에 매진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모든 것이 좋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내야에서 세 손가락에 손꼽히는 고액 연봉자가 됐다. MLB에서 연봉은 곧 기회의 다른 말이다. 닐 워커, 조시 해리슨, 조디 머서 등 수준급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피츠버그의 내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 자체는 마련됐다. 계약 때문에 정신이 없을 법도 했지만 겨우 내내 착실하게 몸을 만든 것도 좋은 징조다. 현지에서 강정호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적어도 몸 상태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 같다”라며 강정호의 신체적 준비 상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앞으로 강정호를 기다리고 있는 난관도 적지 않다. 본격적인 현지 생활 적응은 물론,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어디를 가도 한국어를 쓰는 동료들이나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 문화 및 현지 생활에도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동료들을 맞이하는 데 있어 알게 모르게 따라올 스트레스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류현진도, 윤석민도 처음에는 다 어려웠다. 다른 종목의 해외진출 스포츠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비자를 발급받은 뒤 강정호는 곧바로 플로리다에 건너가 개인훈련을 한 뒤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보름가량이다. 그 전까지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완전 무장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물론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 한 관계자는 “강정호가 지난해 요코하마로 파견 전지훈련을 나갔을 때 비교적 잘 적응한 편이었다. 완전히 자신의 팀이 된 만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새 출발점에 선 강정호의 적응 DNA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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